한국일보

‘코리안 블루제이’

2020-01-0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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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년간 LA 다저스에서 뛰며 한인들에게 큰 기쁨과 자부심을 안겨주었던 류현진이 새로운 팀에 둥지를 틀었다. 4년 8,0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의 토론토 블루제이스다. 이제 류현진은 따뜻한 남가주를 떠나 기후와 풍광이 완연히 다른 캐나다 동부 토론토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그에게는 한동안 모든 것이 낯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워낙 친화력이 뛰어난 만큼 새로운 환경 적응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저스가 류현진을 잡지 않을까 하는 팬들의 기대가 있었지만 결국 다저스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프로 선수들의 가치를 나타내는 가장 객관적인 척도는 역시 돈이다. 자유계약 시장에서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와 팀들 간에 어떤 제안과 협상이 오갔는지 내막은 알 수 없지만 블루제이스가 제시한 패키지의 규모가 가장 컸기에 이번 계약이 성사됐을 것이다,

선수가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팀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저스가 여의치 않다면 애나하임에 홈구장이 있는 아메리칸 리그 LA 에인절스에서라도 뛰었으면 좋겠다던 한인 팬들의 바람은 결국 허사가 됐다.


류현진의 다저스 7년은 한 마디로 좌절과 환희의 연속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년 한국에서 건너 온 류현진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을 때 그에게는 “과연 한국 야구가 통할까” 라는 반신반의의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첫해와 두 번째 해 보란 듯 연속 14승을 거두며 팀과 팬들의 신뢰를 얻었다.

항상 부상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프로 생활에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 법. 류현진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2015년 관절와순 파열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이 부상을 털고 옛 모습을 완전히 되찾을 확률은 7%밖에 되지 않는다. 선수 인생에서 최대 고비를 맞은 것이다.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 류현진은 초인적인 노력으로 재기에 성공한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1위였던 2.32의 평균자책점은 완벽한 재기 선언의 마침표였다.

블루제이스는 캐나다의 유일한 메이저리그 팀이다. 1977년 창단한 블루제이스는 캐나다 팀으로서는 최초로 1992년과 1993년 월드시리즈에서 연속 우승했다. 그 외에도 6번의 지구우승과 2번의 리그우승도 했다. 하지만 최근 성적은 크게 부진했다. 블루제이스가 거액을 쓰면서 류현진을 잡은 것은 내년 시즌 본격적인 순위경쟁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류현진이 왔다는 소식에 토론토 팬들은 물론 현지 한인사회도 큰 설렘과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토론토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은 7만 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직접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겠다며 벌써부터 경기 일정을 확인하는 한인들도 있다. 류현진을 떠나보낸 LA 한인 팬들 입장에선 경기를 직관(직접 관람)할 수 있는 토론토 한인들이 부러울 뿐이다.

토론토가 속한 지구는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등 전통적 강호들이 즐비하다.
류현진에게는 도전이자 기회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이기고 살아남는다면 그것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캐나다 국민들을 상대로 한 훌륭한 민간외교가 될 수 있다.

팀 이름인 블루제이스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상징 새인 블루제이에서 따왔다. 블루제이는 푸른 어치다. 아무쪼록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류현진이 금년 한해 푸른 어치처럼 하늘을 훨훨 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멀리서나마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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