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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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우리는 기적이다

2019-12-31 (화) 김희연(SF공립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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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처음 마주하는 사람은 거울 속에 비친 나 자신이다. 언제부턴가 거울 속의 그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는 것보단, 피곤으로 가득 차 찌푸린 얼굴이나 그날 하루를 걱정하며 울상인 모습으로 마주하는 것에 더 익숙해졌다. 하지만 집 문밖으로 나서는 순간 그 얼굴은 사라진다. 의식적으로 눈썹 사이에 자리잡은 주름을 펴보고, 입꼬리를 말아 올려 미소를 지어본다. 그 얼굴을 마주할 다른 사람들에겐 긍정의 기운을 나눠줄 수 있도록, 다가올 하루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껏 기분 좋은 표정을 지어본다.

왜 우리는 모두 가면 속에 숨게 되는 것일까. 때로는 미소가 되고 때로는 상처 주는 말이 되는 그 가면의 이유는 사실 우리의 내면을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닐까. 모든 생각과 진실을 드러냈을 때 부정당하고 외면받을 것이 두려워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비난당하고 배척당했을 때의 상처와 상실감이 무서워서 애초에 드러내지 않고 숨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면을 숨기고 외면한다고 해서 우리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을 가지고 있어도 우리는 잘살아가고 있다고, 그런 모든 경험과 생각이 있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는 거라고, 누군가는 받아들이고 인정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주는 가장 첫 번째 사람은 본인이어야 한다. 나는 항상 이유에 집착하곤 한다. 본인에게 작은 칭찬이나 작은 상을 주기에 앞서 굳이 그 작은 친절을 합리화할 이유를 찾으려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다 보면 결국 하나를 집어삼킬 정도로 많은 잘못과 안 좋은 점을 떠올려 버리곤 한다. 내가 나를 칭찬해주지 못하는 이 상황에서, 대체 어느 누가 나를 칭찬해줄 수 있을까? 남이 해주는 칭찬까지 부정하는 나는,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사실, 그 모든 이유조차 필요 없는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은 그저 그 존재 자체가 기적이며, 있는 그대로 대견하고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경이로운 순간이다. 물론, 이것이 모든 사람이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숨고 싶을 때가 있다면 숨어도 좋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에도 한명쯤은 가면 속의 모습까지도 보듬고 받아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본인이다. 그러니 매일 아침 거울을 통해 마주하는 나 자신에게 말해주자. 아무 이유 없이도 너는 기적이라고.

<김희연(SF공립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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