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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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며

2019-12-30 (월) 최수잔 /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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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지평선은 닿을듯 말듯 만져질 것같이 보이다가도 가까이 가면 끝없이 가 버리고 닿기엔 너무 먼 것처럼 느끼다가도 지평선의 끝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해마다 이 때가 되면 화려한 장식을 한 12월의 거리에서 한 해의 마지막을 결산하는 자신의 모습이 소소한 행복과 아쉬움과 후회가 섞인 뿌연 안개가 되어 지평선을 떠돈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불안해 진다. 존경받아야 할 한 나라의 대통령이 탄핵의 위기에 처해있고 경제는 임금정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주택비, 의료비, 교육비 등이 뛰어올라 경기 침체를 들먹이고 사회는 폭력과 총기사고로 범죄가 일상화된 것같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요즈음 미국 북부, 서부의 일부에서는 전례없이 눈과 비가 많이 오는 이상기온을 보이고 있다. 아홉 살밖에 안된 초등학교 아이가 친구들간의 따돌림으로 자살을 했다는 기사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

미디어에 노출된 세상은 서로를 질투하고 악플로 비난을 하고 반목하며 극단의 조치까지 취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인간애(人間愛)는 찾을 수없고 삶의 질은 후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주위를 들여다 보면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고 살만하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의 자리를 지키며 열심히 일하면서 사회의 기둥이 되어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가족간의 사랑은 끈끈하고 자신보다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살아있다. 향기롭고 아름다운 사랑이 넘친다. 커피숖에서 앞사람이 뒷사람의 커피값을 내주고 그 사람이 그 다음 사람의 것을 내주는 모습과 부모잃은 장애인을 양자로 삼은 선생님의 이야기등 많은 선행이 SNS 에서 뜨고 추위에도 불구하고 구세군 남비에 돈을 넣으려고 줄을 서는 장면은 눈물겹게 아름답다.
모든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과 사람의 마음상태에 달려있다. 눈보라치는 깜깜한 밤이 계속되나 했더니 따스한 햇빛이 비치는 아침이 찾아오고 눈사람이 서있던 곳에서 예쁜 수선화가 피어나는 걸 보면서 나는 또 희망의 눈으로 지평선을 바라본다. 삶은 희로애락을 안고 오늘도 유유히 지평선을 따라 흘러가고 있다.
해가 갈수록 눈으로 뿐 아니라 가슴으로 삶을 보는 지혜를 갈구하게 된다.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열심히 배우고 더 많이 너그러워져야한다고 다짐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성의를 다해 격려하고 온 힘을 다해 도와주고 도움을 준 사람에겐 진심으로 감사하자. 마음과 정성을 다해 이웃을 사랑하면서 하나님에게서 받은 사랑의 몇만분의 일이라도 전해주고 싶다.

인간마음의 근원적인 바탕에는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고싶은 심정이 깔려있다. 사랑이란 그 대상이 내면세계에서 환상의 색채가 되어 그 자체만으로도 기쁨이 되는 것이다.
세월의 흐름에 주름진 겉모습에 떳떳하고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긍정적인 태도는 삶에 강한 힘을 준다. 추한 모습이 아닌 사랑스럽고 원숙한 모습으로 영혼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찾으려 한다.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내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며 후회가 아닌 뿌듯함을 느끼는 새 해가 되었으면 한다.
인도의 왕자였던 붓다는 왕궁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출가했다. 물질과 명예만으로는 완성될 수없는 인간의 행복을 찾아 나선 것이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그는 명상을 통해 완전한 행복을 추구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것을 이루어야 하는 것도 아니며 언제나 각자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그리고 행복은 태어나면서부터 누려야하는 모든 인간의 자연스런 권리이다.
새해엔 성경등 좋은 책을 많이 읽고 명상을 하면서 참된 행복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

<최수잔 /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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