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별의 아픔 속에 맞는 연말연시

2019-12-20 (금) 12:03:27 손명화 약사
크게 작게
40여년 전 남편과 함께 꿈의 날개를 펴며 미국 땅을 밟았다. 힘들고 어려웠던 유학시절을 거치며, 크고 작은 기적들을 경험하며 신앙으로 긴 세월을 함께 살았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은퇴를 앞둔 부부가 되었다. 행복한 노년의 꿈을 펼치며, 작년 봄에는 사진여행을 함께 떠나기도 했다. 그것이 마지막 여행이었다. 그 여름 남편은 갑작스럽게 천국으로 떠났다.

남편의 빈자리는 너무나도 컸다. 저녁 산보 길에 꼭 잡아주던 남편의 따뜻한 손이 한없이 그립고, 다정하고 자상했던 남편이 더 이상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정확한 때에 오래 연락이 끊겼던 후배를 만났다. 그녀의 소개로 미국교회에서 운영하는 사별가족 회복모임(GreifShare)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사별을 체험한 많은 분들과 따뜻하고 솔직한 나눔의 시간을 가지며 실타래같이 가슴 깊이 뭉쳐있던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들이 풀려나갔다. 답을 하나씩 마음에 담아 넣기 시작하면서, 서러움의 눈물이 아닌 감사의 눈물로 웃을 수 있게 되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이 소중한 프로그램을 북가주 뉴비전교회에 한국어로 접목할 수 있게 되었다. 13주 동안의 영상과 교재공부, 그리고 귀한 나눔의 시간 속에 많은 분들이 나의 체험과 비슷하게 변화해 밝아진 모습을 보게 되었다.

최근 마지막 모임의 주제는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준비해야 옛 추억의 소용돌이 속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까?”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맞는 크리스마스와 새해, 연말연시는 아픔의 계절이다. 과거 그와의 행복했던 기억들이 더욱 애절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울러 가족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시각 청각 후각을 통하여 잊고 있던 기억들까지 되살아나기도 한다. 추억의 아픔 속에 갇히기 쉬운 이 기간에 가식적으로 아픔을 덮거나 둔화 시키려 하다보면 오히려 헤쳐 나오기 어려운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기 쉽다. 옛 추억 뿐만 아니라 새롭게 깨닫게 되는 절실한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또 다른 사별의 고통을 겪게 된다.

모든 것을 사별 이전의 옛날과 꼭 같이하면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뭔가 다르게 하려 하면 죄책감이 생긴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 원할 때는 언제라도 계획을 바꿔도 된다는 자유로움으로 연말연시를 맞으면 된다.

상실에서 회복되고 치유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다른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아픔에 대한 생각에서 잠시 떠나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아픔을 수평적인 방법으로 잠시 풀어보는 방법도 있지만 그보다는 수직적인 방법으로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면 더 잘 견디어 나갈 수 있다. 갖지 못했던 것에 초점을 맞추며 후회하는 대신 가졌던 축복들을 헤아리며 감사하면서, 크리스마스의 참 의미를 되새기기를 권한다.

사별의 아픔을 겪는 분들은 그리프쉐어 웹사이트(www.griefshare.org)를 참고하기 바란다. 북가주에 사는 분들은 뉴비전교회(www.newvisionchurch.org) 프로그램에 함께 하기를 바란다.

<손명화 약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