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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경계 확장한 짜릿한 경험

2019-12-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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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경계 확장한 짜릿한 경험

정유진 컬처허브LA 디렉터

리뷰 뮤지컬 ‘겨울왕국’(Frozen)

전세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렛잇고’ 열풍을 불러왔던 디즈니 애니매이션 ‘겨울왕국’(Frozen)이 후속작 개봉에 이어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LA를 찾았다.

화면 속에서만 보던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거대한 얼음 왕국과 엘사와 안나, 그리고 눈사람 올라프를 무대에서 입체적으로 구현했을 뿐 아니라 새로 제작한 브로드웨이 뮤지컬답게 진화된 무대장치, 최첨단 영상기술을 활용한 연출로 상상의 경계를 확장했다.
특히 ‘렛잇고’(Let It Go) 노래와 함께 1초 만에 주인공 엘사의 의상이 바뀌는 마법같은 장면은 그녀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함께 탄성을 자아내는 짜릿한 경험을 선사한다. 바닥 전체와 벽에 설치된 프로젝션과 조명을 통해 얼음 마법을 리얼하게 구현한 점도 흥미로웠다.


브로드웨이 최고의 제작팀이 참여한 뮤지컬 프로즌은 아카데미와 오스카상 수상자인 로페즈 부부팀이 음악을 맡아 뮤지컬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곡들을 추가로 선보였다. 특히 두 여성 주인공, 엘사역의 캐롤라인 보우만과 안나역의 캐롤라인 이너비츨러가 듀엣으로 부른 ‘아이 캔트 루즈 유’(I Can’t Lose You)는 ‘렛잇고’를 이을 블록버스터급 히트곡의 탄생을 알리는 듯 했다.
상상의 경계 확장한 짜릿한 경험

할리웃 팬터지스 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뮤지컬‘겨울왕국’에서 엘사역을 맡은 캐롤라인 보우만이 노래하고 있다.[사진 제공 Deen van Meer]

문화와 인종의 다양성을 살린 캐스팅과 연출도 눈길을 끌었다. 모두 백인이었던 원작 애니매이션과는 달리 흑인, 아시안,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이 대거 기용된 가운데, 한국계 아역배우 알리사 김과 제이든 김이 엘사의 어린시절을 연기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엘사가 원작의 드레스뿐만 아니라 바지를 입기도 하고, 안나는 원작보다 더 진취적이고 당당한 캐릭터로 그려졌다.

꼬마 엘사와 안나 드레스를 입은 꼬마 관객부터 손녀와 극장을 찾은 나이가 지긋한 관객까지, 디즈니의 명성에 걸맞는 환상적인 무대에 매료된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원작에 비해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두워진 탓인지, 너무 리얼리티를 살린 탓인지, 두 자매가 곤경에 처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터트리는 어린 관객들도 있었지만, 눈발이 흩날리는 팬타지스 극장을 한참동안 황홀한 표정으로 떠나지 못하던 그들에게 이 공연은 마법과 같은 시간이었으리라.

첨단기술과 배우들의 에너지,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이 어우러진 스펙타클한 무대가 생생하게 펼쳐지는 뮤지컬 ‘프로즌’은 2020년 2월2일까지 할리웃 팬터지스 극장(Hollywood Pantages Theatre 6233 Hollywood Blvd, Los Angeles, CA 90028)에서 공연된다. 영화계에 이어 브로드웨이에서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디즈니산 뮤지컬들을 잇는 롱런 작품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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