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올해의 인물’

2019-12-1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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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사 주간지는 ‘타임’지다. 1923년 헨리 루스가 창간한 이 잡지는 ‘사람을 통해 뉴스를 전달한다’를 목표로 삼고 표지에 사람을 올리는 것을 전통으로 삼았다. 1927년부터는 그 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을 선정해 ‘올해의 남성’(Man of the Year)으로 부르고 표지에 싣기 시작했다. 여성일 경우에는 ‘올해의 여성’(Woman of the Year)으로 부르다 1999년부터는 아예 남녀 구별 않고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로 바꿨다.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종이신문과 잡지가 한물갔지만 과거 타임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지식인은 ‘타임’을 필독 도서로 여겼고 대학생들도 이를 들고 다니며 영어를 배웠다.

이 잡지가 1927년부터 ‘올해의 인물’을 뽑기 시작한 것은 대서양 횡단의 업적을 이룬 찰스 린드버그를 표지에 쓰지 않은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 전해진다. 린드버그는 그 해 첫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그 후 미국 대통령들은 대부분 ‘올해의 인물’로 등장했다. 대통령 중 여기 올라가지 않은 사람은 캘빈 쿨리지와 허버트 후버, 제럴드 포드뿐이다. 제2차 대전 때 연합군 총사령관을 지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대통령 중 유일하게 임기 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여성으로는 빌 게이츠의 부인인 멜린다 게이츠, 앙겔라 메르켈, 엘리자벳 2세, 코라손 아키노 등이 뽑혔다. 개인이 아니라 단체가 선정된 일도 있다. 1956년 헝가리에서 반공시위가 일어났을 때는 ‘헝가리 자유투사들’이, 2006년에는 ‘당신들’이 단체로 ‘올해의 인물’이 됐다.

여기 뽑히는 것은 영향력이 우선이기 때문에 때로는 나쁜 사람이 선정되기도 한다. 1938년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히틀러가, 1939년과 1942년에는 스탈린이 뽑혔다. 2001년 9/11 테러가 났을 때는 이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과 이를 수습한 루디 줄리아니 뉴욕시장 중 누구를 뽑을까 고심하다 줄리아니를 택했다.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 선정될 뻔한 적도 있다. 1941년 디즈니 만화캐릭터인 ‘덤보’가 ‘올해의 포유류’로 선정됐는데 마침 ‘진주만 기습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밀렸다.

‘타임’은 때로는 ‘올해의 인물’뿐 아니라 ‘10년간의 인물’ ‘반세기의 인물’ ‘세기의 인물’을 뽑기도 한다. 1989년에는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10년간의 인물’에, 1949년에는 윈스턴 처칠이 ‘반세기의 인물’, 1999년에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세기의 인물’로 선정됐다.

올 ‘올해의 인물’로는 16살 난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버그가 뽑혔다. 역사상 최연소 ‘올해의 인물’이다. 2018년 15살 때부터 수업을 거부하고 스웨덴 국회 앞에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그녀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보호를 위한 동맹휴학을 이끌고 있다. 툰버그가 2018년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 연설한 후 매주 지구 어디에선가 환경보호를 위한 학생들의 동맹휴학이 벌어지고 있다.

‘타임’지는 이미 지난 5월 그녀를 표지에 올렸고 그녀를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하나로 선정했다. 그녀의 활동을 소개한 ‘세상을 다시 그레타처럼 만들자’(Make the World Greta Again)라는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기도 했으며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의 발달과 함께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일약 스타가 되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16살짜리가 타임 ‘올해의 인물’이 되는 것을 보니 격세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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