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콜슨이란 사람을 기억하는가.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주역 중의 하나다.
먼저 그의 이력부터 보자. 브라운 대학에 조지워싱턴 법대를 거친 엘리트 변호사 출신이다. 30대에 정계에 투신해 닉슨 대통령 만들기에 혁혁한 공을 세운다. 그런 그에게 돌아온 보답은 대통령 특별 법률고문이란 자리다.
머리가 비상하다. 거기다가 지독할 정도로 냉철하다는 평을 들었다. 그 평가에 걸맞은 영악한 정치적 수완을 과시하면서 그는 닉슨을 위해 더러운 술수도 마다않는 참모 역할을 해왔다.
1972년 6월 닉슨의 공화당 재선 캠프가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가 있는 워터게이트 빌딩에 비밀요원들을 투입해 도청을 시도하다 발각됐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시작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사건을 특종보도하면서 그 배후로 콜슨을 지목했다.
닉슨 백악관은 초동 대응부터 부정으로 일관했다. 그러자 언론이 물고 늘어지고 결국은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의회도 개입하게 됐다.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한 닉슨과 그 이너 서클은 당시 권력에 취해 있었다. 그런 그들이 시도한 것은 완전범죄였다. 백악관의 파워를 동원해 사법방해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짓말, 변명, 은폐를 늘어놓았다.
마침내 특별검사의 조사가 시작됐다. 당시 백악관 비밀전략팀은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사전에 말을 맞추고 나름 완벽해 보이는 법률적 대비책도 마련해 두었던 것.
닉슨의 전략팀은 콜슨을 비롯한 ‘천재’급 초일류 법률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었다. 그 법률 천재들이 짜 맞춘 조작과 거짓말은 그러나 특별검사 취조 보름여 만에 드러나고 만다.
콜슨은 훗날 워터게이트 사건 유죄와 함께 형무소 생활 중 회심을 통해 기독교 변증자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신앙자서전에서 왜 법률 천재들의 전략이 풋내기 특별검사에게 그토록 허망하게 무너졌는지를 고백한다.
다름이 아니다. 그들이 지키자고 한 것은 거짓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최고의 권력과 천재 변호사들이 아무리 덮으려 했어도 진실은 결국 드러나고야 만다는 사실을 그는 인사이더의 입장에서 증언을 한 것이다.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I’m not a crook).’ 1973년 11월 닉슨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워터게이트 수사가 점점 자신을 조여 오자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내뱉은 말이다.
이 발언은 오히려 사기꾼, 거짓말쟁이라는 이미지만 강화시켰다. 그리고 1년이 채 못 된 시점에서 탄핵을 모면하기 위해 닉슨은 결국 사임한다. 그 때가 1974년 8월9일이다. 워터게이트 스캔들 시작 2년 만에 백악관을 떠난 것이다.
계속 뒤집혀진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과 관련한 청와대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거나 당사자들에 의해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 가지 거짓을 덮으려면 열 가지 거짓말을 해야 한다고 했나. 바로 그 경우처럼 비친다.
급기야 청와대 소통수석이란 사람이 나서서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는 거짓을 사실처럼 발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모양새가 그렇다.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라고 한 닉슨을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