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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위 시인이 들려주는 쇼팽, 놓칠 수 없죠” 본보 창간 50주년 기념,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에 관심 폭발

2019-11-04 (월)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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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상곡은 나이 들수록 나에게 다가와” 애착 많는 곡 …공연장도 직접 골라

▶ 작년 발매음반 ‘쇼팽 녹턴 전집’도 인기

“건반위 시인이 들려주는 쇼팽, 놓칠 수 없죠” 본보 창간 50주년 기념,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에 관심 폭발

백건우 피아니스트

“나이가 들수록 음악이 나에게 말하려고 하는 것, 그 자체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야상곡에는 쇼팽 자신의 고민이나 고통을 자백하는 페이지가 많아요. 때로는 울분을 부르짖는 드라마틱한 장면도 떠오르고 종교에 의존하는 장면도 볼 수 있죠. 자기와의 대화, 그리고 쇼팽 본인을 가장 잘 말해주는 작품이 바로 야상곡이 아닌가 싶어요.” - 2019년 3월13일 풍월당 이야기 ‘백건우와의 만남’ 중에서

“백건우 연주회, 그것도 쇼팽 연주인데 꼭 가야죠”

일흔셋 거장 백건우가 들려주는 ‘쇼팽과의 대화’에 보이는 한인들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한국일보 미주본사 창간 50주년 기념 특별기획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백건우 & 쇼팽’은 거장의 단독 공연 소식에 일찌감치 티켓 예매를 끝낸 한인들 사이에 ‘연말 핫 콘서트’로 통하고 있다.


“70대 중반의 나이로 쇼팽의 격정을 어떻게 표현할 지 궁금해서…” 단체로 티켓을 구입했다는 음악 동호회 회원들이 있고 “피아노 앞에 앉은 백건우씨의 표정과 손가락 움직임을 자세히 보고 싶어” 맨 앞 자리를 구매했다는 한인도 있다.

또, 그 날을 기다리며 공연에 몰입하고 싶어 지난해 6년 만의 정규앨범으로 발매된 ‘백건우 쇼팽 야상곡 전집’을 무한반복해 듣는 클래식 애호가들도 있다.

백건우 피아니스트는 지난해 3월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와 쇼팽 녹턴 전집(Chopin the complete nocturnes kun-woo paik)을 발매했다. 그리고 올해 초 11개 도시 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순회 연주를 시작하기 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새 앨범으로 ‘쇼팽 야상곡’을 고른 이유를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문장 ‘우리 여기 앉아서 귓전으로 스며드는 음악 소리 들어보자. 고요한 밤에는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게 제격이야’를 인용해 답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마음을 울리는 그런 문장이에요. 이 야상곡을 듣게끔 마음의 자세를 만들어줄 수 있는...”

건반 위의 시인이라는 수식어에 너무도 어울리는 백건우 피아니스트의 메시지는 관객들의 뜨거운 기대와 사랑에 힘입어 오는 12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로 이어진다. 그 막간을 이용해 한국일보 미주본사 창간 50주년 기념 특별기획으로 오는 22일 오후 7시 LA 콜번스쿨 지퍼홀에서 백건우의 삶이 묻어나는 듯한 따뜻하고 기품있는 터치로 만나볼 쇼팽의 밤 이야기가 시작된다.

피아노의 길을 걸어온 지 63년.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리는 작곡가 쇼팽을 가장 가깝게 그려보고 싶었던 피아니스트 백건우에게 야상곡과의 만남은 우연히 시작됐다고 한다.

“어느 날 스튜디오에 쇼팽의 녹턴(야상곡)이 있길래 악보를 한번 훑어봤는데 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쇼팽의 야상곡이 굉장히 새롭게 나타나더라. 전혀 무리하지 않고 울리는 소리, 힘을 안 줘도 빛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런 소리여야 되는데...”

항상 숙제였던 야상곡을 이해하기 위해 쇼팽의 고향, 바르샤바에서 새 악보를 구해올 정도로 노력을 기울였다는 그는 자신만의 고민을 수없이 되뇌이며 크고 작은 공연장 열한 곳을 찾아 쇼팽 야상곡을 연주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 작은 공연장에서 연주하기를 유독 좋아하는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쇼팽 야상곡을 연주할 지퍼홀은 430석 남짓의 작은 공연장이다. 그가 직접 골랐다는 쇼팽 야상곡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최상의 콘서트홀이다.


“쇼팽은 큰 홀에서 연주하는 걸 싫어했어요. 조그만 살롱 같은 곳에서 친구들 앞에서 자기 곡을 치고 진실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죠. 쇼팽의 연주는 어떨 땐 너무 조용해서 잘 안들렸지만 감동은 더 컸다고 전해져요. 콘체르토, 소나타, 발라드, 폴란드 대곡도 많지만 쇼팽이 하고 싶은 말은 ‘야상곡’에 있지 않나 해요.”

백건우를 피아니스트의 길로 안내한 음악도 ‘쇼팽’의 곡이다. 여덟 살에 클래식 음악다방에서 들은 그가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따라 쳤던 곡이 ‘쇼팽의 피아노 콘체르토 1번’이다. 15세의 나이로 미국 유학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 열었던 독주회도 쇼팽을 연주했다.

남다른 인연을 지닌 ‘쇼팽’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음악으로 소통하고 또 ‘쇼팽과의 대화’를 나누는 늦가을 음악의 향연은 추수감사절을 앞둔 주말에 찾아온다.

●한국일보 미주본사 창간 50주년 기념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일시: 2019년 11월22일(금)
오후 7시30분(7시15분까지 입장)
■장소: LA 다운타운
콜번스쿨 지퍼홀
■입장권: R석 $200, A석 $150,
B석 $120, C석 $80
■문의: 한국일보 사업국
(323)692-2070, 2055, 2068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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