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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지휘자 함께 지휘… LA필 100돌 축하공연 ‘음악 새역사’

2019-10-28 (월)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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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빈 메타·살로넨·두다멜

▶ 새로운 100년 미래상 제시

세 지휘자 함께 지휘… LA필 100돌 축하공연 ‘음악 새역사’

LA필 센테니얼 콘서트와 갈라 피날레를 장식한 세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왼쪽부터), 구스타보 두다멜 그리고 주빈 메타가 청중들에게 답례를 하고 있다. [사진 LA필 제공/Craig T. Mathew and Greg Grudt/Mathew Imaging]

세 지휘자 함께 지휘… LA필 100돌 축하공연 ‘음악 새역사’

두 명의 지휘자 살로넨(왼쪽)과 주빈 메타 가 함께 지휘하고 있는 모습.

세 지휘자가 함께 한 무대에서 지휘한 LA필 100돌 축하공연(LA Phil Centennial Birthday Celebration)은 LA 현대음악사에 영원히 기록될 순간이었다.

마에스트로 주빈 메타 LA필 명예지휘자(1962-1978년 LA필 음악감독), 에사-페카 살로넨 LA필 계관지휘자(1992-2009년), 그리고 2009년 이후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구스타보 두다멜 음악 예술감독이 홀로 그리고 함께 지휘했다.

이날 공연은 혁신을 멈추지 않는 21세기가 원하는 진보적인 음악가인 LA필 10대 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61)이 보여준 ‘현재’로 시작되었다. LA필이 1992년 베티 프리먼의 후원으로 폴란드 작곡가 비톨트 루토스와프스키(1913~1994)에게 위촉한 ‘비톨트 루토스와프스키 교향곡 4번’은 에사-페카 살로넨이 만들어낸 LA필 오케스트라만의 독특한 음색을 역력히 보여주었다.


이어 27세의 나이로 상임지휘자에 임명돼 LA필을 서부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성장시키며 전성기를 이끌어낸 마에스트로 주빈 메타(83)가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전주곡과 라벨의 ‘라 발스’를 연주하며 지나간 시대에 대한 존경을 이끌어냈다.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천재 지휘자라는 수식어를 ‘욜라’(YOLA)로 이어가고 있는 구스타보 두다멜(38)은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모음곡 불새를 연주하며 대규모 오케스트라로 성장한 LA필의 풍부하고 화려함에 심취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작품은 주빈 메타의 제안으로 LA필이 대니얼 비아르나손에게 위촉한 세 지휘자를 위한 곡 ‘우주에서 본 지구’(From Space I Saw Earth)였다. 구스타보 두다멜, 주빈 메타, 에사-페카 살로넨을 위해 디즈니 홀 무대에 세 개의 지휘대가 특별히 설치되었고 자신의 이름이 적힌 지휘대에 올라 저마다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세계 초연된 작품이었다. LA필 100년 역사에서 43년을 창조해낸 세 지휘자는 40세의 아이슬란드 작곡가 대니얼 비아르나손에게 위촉한 곡의 페르마타(늘임표)마다 눈빛으로 소통했다. 이 곡이 연주된 10분 남짓 객석은 숨죽인 고요 속에 음악만이 존재했다. 100년의 미래를 다시 여는 LA필 단원들과 청중들, 그리고 LA필하모닉의 역사를 써내려간 지휘자들 모두 우주를 표류하며 지구 상 어딘가에 있는 스스로의 존재를 찾아가는 여정에 빠져든 순간이었다.

3명의 지휘 거장들이 보여준 LA필의 다시 시작되는 100년 미래는 밤하늘을 수놓은 드론 라잇 쇼로 성대한 막을 내렸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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