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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외국인 관광객에 성지는 개방하지만…“공공장소서 성경 소지는 안돼”

2019-10-23 (수)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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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외국인에게 관광 비자를 발급하고 성경 속 성지까지 개방하면서 관광 산업 육성에 본격 나선 가운데 이곳을 여행하는 기독교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국제 기독교 단체 ‘바나바스 펀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여행하는 기독교인들이 공공장소에서 성경을 들고 다니거나 한 권 이상 소지하다 적발되면 체포되거나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산업 구조 다변화를 추구하는 일환으로 관광 분야 육성을 결정하고 지난달 28일부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49개국을 대상으로 외국인에게 관광 비자를 처음 발급하기 시작한 바 있다. 이전까지는 사업이나 종교 순례를 위한 목적 등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방문 비자를 발급했었다.


새로운 관광 규정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성경을 소지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입국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개인적인 목적으로 개인 공간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조건이다. 공공장소에서 성경이 보이게 들고 다니거나 여러 권을 소지한 것이 발견되면 법적인 처벌이 불가피해진다는 설명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독실한 이슬람 국가여서 공개적인 기독교적인 신앙생활은 금지다. 아시아를 비롯한 해외 국가 출신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거나 일하는 기독교인 외국인들도 개인 주택 등에서는 예배를 드릴 수 있지만 공개적인 장소에 다함께 모여 예배할 수 없으며 발각되면 체포나 추방될 수도 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이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사실이 알려지면 처형 위기까지도 감수해야 할 정도다.

세계 국가의 기독교 탄압을 감시하는 국제 기독교 선교단체 ‘오픈 도어스’는 사우디아라비아를 기독교 박해 국가 15위에 선정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지하교회들이 경찰 단속에 무더기 적발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기독교 탄압과 감시는 여전한 상태지만 관광 산업 육성을 추진하면서 성경에 등장하는 성지를 관광지로 적극 홍보하고 있어 이중 잣대란 비난도 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문화 유적지가 5곳이나 있고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았다고 알려진 시내산의 실존 위치가 최근 파악<본보 4월19일자 A14면> 되기도 했다. 시내산은 이번 주부터 이미 단체 관광이 시작됐고 이외에도 미디안 광야와 모세의 장인 이드로의 무덤까지 그간 공개되지 않은 성지가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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