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치우친 시선의 각도 교정
2019-10-10 (목)
채영은(주부)
최근 몇 년 전부터 나의 왼쪽 눈동자는 코쪽으로 촛점이 몰리는 듯 보였다. 사람들을 만나고 얼굴을 마주할 때나 사진찍을 때면 어김없이 더 심하게 나타났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을 열심히 봐서인가 생각이 들어 스마트폰 사용을 나름 자제해보곤 했지만 별다른 호전이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시인 나를 바라보는 남들의 시선에 예민해졌으며 때론 집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위축되곤 했다. 고도근시-고도난시-안구흔들림 증상으로 어려서부터 두꺼운 도수 안경과 콘택트렌즈로 지내온 데다 노안과 내사시까지 나타나니 일상에 너무도 큰 스트레스였다.
마침 이번에 서울서 건강검진을 받은 당일 오후로 그 병원 사시 전문의 진료를 어렵게 사전예약해 보았다. 단도직입적으로 의사에게 수술 가능성을 질문했다. 의사는 진찰 후 바로 수술 날짜를 일주일 후로 잡아주었다. 대형 종합병원이라 몇 달씩 기다려야 되는 줄 알았는데 내 사시 각도를 살피더니 1박2일 입원으로 수술 당일 퇴원하라고 했다. 수술 전 사전검사는 오전 건강검진에서 했던 검사들로 대체되어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았고, 병실 자리가 나야 한다고 한 순간 마침 6인실 한 자리가 생겼다. 눈에 칼대는 것과 전신마취가 살짝 두려웠지만 그간의 심적 고충이 떠올라 단번에 수술을 결정했다. 남은 인생동안 눈몰림없이 괜찮은 사진들을 남겨보겠단 바람이 과감한 용기를 불러왔다.
수술 전날 혼자 씩씩하게 입원 수속을 하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이어폰을 깜빡한 덕분에 6인실 내의 개념없는 소음과 무매너에 질색하면서 자는둥 마는둥 하룻밤이 지나갔다. 오전에 4명만 수술하는데 나이 순서라 4번째로 수술실로 걸어들어갔다. 정신이 들고 보니 한 시간 이내에 모든 과정이 끝나고 충혈된 상태로 회복실에 옮겨져 있었다. 수술 후 2-3일은 따끔거리는 이물감으로 힘들었으나 안약을 계속 넣으며 충분히 휴식하니 증상이 많이 좋아졌다. 3개월이 지난 현재 내사시는 완전히 없어지진 않고 아주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해 티가 거의 나지 않아 훨씬 자유로워진 기분이다.
간단히 양쪽 눈의 안쪽 근육을 조정하는 수술로 촛점 각도를 약간 수정한 것 뿐인데 내가 대하는 세상은 아주 크게 달라보인다. 세상살이에 관해 나도 모르게 기울어진 나의 관점도 조금만 촛점을 달리하여 바라본다면 새롭게 발견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채영은(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