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성공회등은 성수와 축복 메시지도
▶ 교황마다 해석 차이…개신교“영생은 없다”
가톨릭의 동물 축복식에서 애완견이 신부의 축복 메시지에 이어 성수를 받고 있다.[AP]
지난 4일은 ‘세계 동물의 날’이자 종교적으로는 ‘동물 축복식’이 열리는 연례 기념일이었다. 현대인들이 가족처럼 여기는 개와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도 훗날 천국에서 다시 주인과 만날 수 있는 영생의 삶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교계 동물 축복식을 계기로 사뭇 궁금해진 흥미로운 질문의 답을 찾아본다.
동물 축복식이란?
매년 10월4일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각국에서는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축일을 맞아 모든 동물에게 축복을 내리는 동물 축복식(Blessing of the Animals)이 열린다.
성 프란체스코 축일에 열리는 동물 축복식에는 신자들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성당이나 교회를 방문하면 신부가 동물에게 성수를 뿌려주고 축복 기도를 해준다. 일부에서는 동물 세례식이라고도 부르지만 세례식보다는 축복식의 의미가 더 크다. 가톨릭 문화권은 물론 성공회 등 다른 종교에서도 이날을 기념하며 축복식에 참여하는 동물의 범위에도 제한이 없다. 동물을 직접 데려가지 못할 때에는 사진이나 동물 인형을 가져가기도 한다.
동물들도 천국에 갈까?
수 년전 프란체스코교황은 반려동물이 죽어 슬퍼하는 소년에게 ‘천국은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에게 열려 있으니 언젠가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며 위로했다. 1990년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했지만 2008년 당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반대되는 설교를 하기도 했다.
결국 가톨릭 최고 수장인 교황들조차 동물의 사후 영생의 삶을 놓고 다른 종교적 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언급한 모든 피조물에는 원칙적으로 사탄도 포함돼야 하는데 사탄이 천국에서 영생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입방아에 올랐다.
개신교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 중 하나로 영생의 유무를 꼽기도 한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할 때 인간은 다른 피조물과는 구별되게 창조하셨다는 성경 말씀(창세기 1장26~27절)이 근거다. 미국의 온건파 칼빈주의 침례교를 대표하는 존 파이퍼 목사도 동물에게는 사후 세계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동물은 죽으면 그뿐이고 단순히 인간에게 음식으로 소비되도록 지음 받았다는 것.
이런 근거로 노아 홍수 이후 하나님이 땅의 모든 짐승과 공중의 새와 땅에 기는 모든 것과 바다의 모든 고기를 인간의 손에 붙이고 산 동물을 채소와 같이 인간의 식물이 되도록 주셨다는 성경 말씀(창세기 9장2~3절)을 제시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을 받았고 동물은 그런 인간의 식물이 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동물들이 인간처럼 하나님과 특별한 관계를 구축하면서 영생을 소망할 수 있는 존재로 지음 받지 않았기에(시편 49편12절) 동물들이 천국에 간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축복식을 동물보호운동으로
종교계의 ‘동물 축복식’은 동물의 권리와 복지 보장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열리는 ‘세계 동물의 날(World Animal Day)’과 함께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동물 학대 예방과 멸종 위기 동물 보호를 위한 교육 기회로 활용하고 일부 성당이나 교회는 사료와 담요 등을 가져오게 해 물품을 기부하기도 한다.
종교마다 동물을 대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유대교는 전통음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가축 도살 전 축복기도를 올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톨릭은 물론 개신교 중에서도 특히 연합감리교회는 피조물과 상호의존성에 대해 강조하는 특별한 예배의식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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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