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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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2019-10-05 (토) 이숙진(보험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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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이 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 전부터 많이 쓰이던 말이다. 성경책 전도서 3장에서도 찾을 수 있고 동양으로 넘어오면 중국 송대의 선종을 대표하는 벽암록에 줄탁동기라는 말이 나오는데 줄탁동서라고도 한다. 알 속에서 자라난 병아리가 때가 되어 바깥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부리로 알벽을 쪼는 것을 일러 ‘줄’이라고 하는데 마찬가지로 그 알을 내내 품고 있던 어미닭은 자식의 출현을 짐작하고 바깥에서 알껍데기를 쪼아 알깨는 것을 돕는 행위를 ‘탁’이라고 한다. 줄탁의 ‘동기’란 바로 알 안의 병아리 부리와 알 밖의 어미닭 부리가 일치하는 순간, 서로 도와 그 알이 깨지는 찰나를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사실 준비가 되지 않은 병아리는 알에서 나올 수도 없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된 병아리가 스스로 알벽을 깨며 신호를 보내지 않는 이상 알 밖에 있는 어미닭은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도 없는 것이다. 병아리가 알 속의 한 세상에서 알 밖의 새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병아리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된다. 어미닭은 다만 도움만 줄 뿐, 결국 주체적인 존재는 병아리인 것이다. 그리고 때가 무르익어 알을 깨고 나와야 할 때 나오지 않는다면 병아리는 그 알 속에서 새 세상을 구경도 하지 못한 채 죽고 말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행동으로 새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하거나 심한 경우 민족적 비극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미국이나 한국의 정세를 보면 아주 중요한 과도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시대의 알을 깨고 나와 알 밖의 새 시대를 일구어 나갈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계속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인지 우리 스스로가 지각하고 동시에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을 때 진정한 개혁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알 속의 병아리와 알 밖의 어미닭이 되어 열심히 안팎으로 알을 쪼아 새 시대의 장막을 열도록 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 다른 나라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수사권과 수사 지휘권, 기소권, 공소유지권과 취소권, 집행권까지 모든 권한을 다 가지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한국의 검찰 개혁은 언제든지 반드시 해야 될 일이고 지금이 그 줄탁동기의 때가 아닌가 한다. 이 절명의 때를 놓치지 말자.

<이숙진(보험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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