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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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또다른 나의 20년을 꿈꾸며

2019-10-03 (목) 채영은(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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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백세시대라는 요즘, 앞으로 ‘도대체’ 어떻게 살것인가! 라는 화두가 내 관심 주제로 자리한지 오래이다. 건강쪽으로 사고나 질병 등 신체적 문제가 전혀 없을 거라는 전제 하에 지금의 기억력과 활동성, 외모까지 잘 유지한다고 완곡히 고려한다고 하면 내 삶의 불꽃을 태울 수 있을 사회적 활동 시간은 최대한 얼마쯤일까? 나는 지금부터 최대 20년으로 보고 있다. 물론 20년을 지나는 동안 또는 그 이후까지도 몸도 마음도 별일없이 잘 지낼 수 있다면 그 또한 더없이 감사한 일이리라.

고등학교 때까진 그럭저럭 공부 잘하는 학생이었다가 모대학 경영학과에 생각없이 지원하고 합격했지만, 입학 이후 얼마나 내가 경영학과와 안맞는지 적성과 능력의 부족을 뼛속까지 깨달으며 여러 방황과 갈등을 겪고 간신히 학사 석사를 마쳤다. 그땐 한번도 취직을 안할 거란 생각은 못했었는데 결혼, 출산과 육아, 해외생활 등을 거쳐 20년째 주부로 지내고 있다. 사회 각지에서 그간의 노력들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하고 있는 동기들과 선후배들을 부러워한지도 언제였던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들의 20년 동안 나는 아이 하나를 어찌어찌 키웠고 현재는 속칭 빈 둥지를 지키고 있다.

마침 북가주 지역으로 이사가 결정되면서 여느 때보다 열심히 앞으로의 시간들을 고민했다. 과연 나는 앞으로 20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나답게 의미있게 살았다고 세상에 남길 수 있나. 그냥 하는 일 없이 하루하루 나이먹기만 기다리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밤마다 부지런히 인터넷으로 지역 정보를 뒤지던 중 결혼 후 이민이나 이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재취업과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한 비영리단체를 알게 되었다. 2-30대 어린아이를 키우느라 자신의 커리어를 잠시 미뤄둔 젊은 엄마들에게, 아이가 크기만을 기다리며 아무 노력도 자기계발도 안하고 살면 나처럼 나중에 공백과 후회만 남는다고 절절하게 말해주고 싶은 마음에 자원봉사자로 지원했다. 다행히 아무 직장 경험없는 이 언니를 내치지 않고 뭐든지 작게라도 돕는 손길로,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가고 새로운 꿈을 갖게 하는 ‘심플스탭스’에 특별히 감사하는 마음이다. 아울러 나만의 자유로운 상상과 도전으로 또다른 다이내믹 20년을 채울 수 있기를 소망한다. If you do nothing, NOTHING happens!(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채영은(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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