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명화를 찾아서

2019-09-28 (토) 12:00:00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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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 찾아서
영화의 메카 할리웃이 있는 LA에서 매년 상영되는 영화는 365편이 넘는다. 이 많은 영화들 중 어느 것이 과연 찾아가 볼만한 영화들인가. 일단 비평가들의 글을 참조하는 것이 좋다. 영화란 개인의 감정이 개입돼 보는 사람에 따라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해 비평가들의 의견이 반드시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가능한 한 객관적인 눈으로 영화를 보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참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평가들은 스튜디오가 내놓는 영화 관객의 주류인 젊은 층들을 위한 수퍼 히로가 판을 치는 액션영화나 상스럽고 터무니없는 코미디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이런 것들은 좋지 않은 평을 받곤 한다. 그러나 이런 영화들은 비평가들의 판단과 무관하게 젊은 팬들이 몰리기 때문에 빅히트하게 마련이다.

비평가들이 선호하는 영화들은 다분히 예술성이 강한 인디영화들과 외국어영화들이다. 나도 오래 동안 영화평을 써온 사람으로서 이런 영화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본보의 자매방송국인 라디오 서울(am1650)에서 매주 일요일 아침(10시10분-11시)에 방송하는 ‘시네마 천국’에서도 가능하면 이런 영화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그럼 이런 영화들을 어디서 볼 수 있는가.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주로 상영하는 대형극장 체인인 AMC나 리갈 극장들과는 달리 이런 영화들은 소규모의 독립영화관에서 상영한다. 이들 극장에서는 예술영화와 인디영화와 기록영화 그리고 외국어영화 및 고전영화와 함께 좀처럼 보기 힘들고 때론 다소 괴이한 영화들을 상영, 골수분자 영화 팬들이 즐겨 찾는다.

이들 중에 대표적인 곳이 렘리 로열극장(Laemmle Royal-11523 샌타 모니카^사진)이다. 렘리 극장은 유니버설의 창립자인 칼 렘리의 사촌이 세운 것으로 체인의 본부인 로열을 비롯해 글렌데일과 패사디나 및 엔시노 등지에 모두 9개의 극장을 소유하고 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인디영화와 예술영화 및 외국어영화들을 상영하는 영화 마니아들에겐 귀중한 곳인데 최근에 체인이 매물로 나왔다. 이는 점점 인디영화들이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아마존을 통해 소개되고 있는데다가 전반적인 영화 관객 수가 감소하는 것과 함께 일반 관객들이 블록버스터영화를 선호하면서 발생한 불상사다.

아메리칸 시네마테크(American Cinematheque)도 예술영화와 고전명화 팬들이 즐겨 찾는 극장이다. 시네마테크는 이집션극장(Egyptian-6712 할리웃)과 에어로극장(Aero-1328 Montana Ave. 샌타 모니카) 두 곳을 소유하고 있다. 연중무휴로 미국과 전 세계의 고전명화들과 좀처럼 만나보기가 힘든 예술영화들을 상영하는데 많은 경우 영화를 만든 사람들과 관객이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주어진다. 회원에 가입하면 여러 가지 특혜가 있다.

뉴 베벌리 시네마(New Beverly Cinema-7165 베벌리)는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주인이다. 타란티노는 상영 프로그램을 자신이 직접 선정하는데 옛 할리웃영화들이 주로 상영된다. 타란티노는 영화지식의 살아있는 백과사전이어서 프로선정이 매우 다양하고 다채로운데 자기 성향에 맞게 싸구려 폭력영화와 거의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케케묵고 괴상하기 짝이 없는 영화들을 내놓는다. 지금 이 극장에서는 타란티노의 9번째 영화 ‘옛날 옛적...할리웃에’(Once upon a Time...in Hollywood)가 상영되고 있다.

빌리 와일더극장(Billy Wilder)도 또 다른 명화 상영관이다. 윌셔와 웨스트우드 코너의 해머뮤지엄(Hammer) 안에 있는데 UCLA 필름 & TV 아카이브가 관리한다. 극장 이름은 ‘선셋 대로’와 ‘이중 배상’ 및 ‘제17 포로수용소’ 같은 명화들을 감독한 빌리 와일더의 이름을 따온 것. 고전영화와 함께 보면 깜짝 놀랄 작품들을 상영 한다.

뉴아트극장(Nuart-11272 샌타 모니카)도 예술영화와 인디영화 및 외국어영화 상영의 보고이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영화들을 상영한다. 임권택의 ‘춘향뎐’도 여기서 상영됐고 얼마 전에는 LA서 활동하는 한국계 감독 저스틴 전의 ‘미즈 퍼플’(Ms. Purple)이 상영됐다.

뉴아트극장의 소유주인 랜드마크극장(Landmark-피코와 웨스트우드 코너)은 12개의 스크린을 통해 스튜디오영화들과 예술영화들을 고루 섞어 상영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시네라마돔을 개조한 아크라이트극장(Archlight-선셋과 바인 코너)도 대형 멀티플렉스극장이긴 하지만 랜드마크극장처럼 최신 스튜디오영화들과 함께 예술영화와 인디영화들을 배합해 상영하는데 이 극장은 스타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명 제작자 이름을 딴 아카데미 본부 내 새뮤얼 골드윈극장(Samuel Goldwyn-8949 윌셔)은 다른 극장들과 달리 관객들을 위해 자주 문을 열지는 않지만 주로 고전 명작들을 빅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다. 이들 극장들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꿈의 궁전이다. 많이들 찾아가 즐기시길 권한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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