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만 폭발 ‘고객서비스’

2019-09-24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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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한 한인은 TV·인터넷·전화 패키지 서비스를 AT&T에서 스펙트럼으로 바꿨다.
월 222달러의 요금이 비싸다싶어 몇 군데 알아보다가 스펙트럼에서 122달러 오퍼를 받았다. 한 달에 100달러나 싸고, 기본 패키지로 시청이 가능한 채널도 훨씬 많았다.

AT&T의 30여년 충실한 고객인데다 가격 외엔 별 불만이 없었던 그는 AT&T의 고객서비스 부서에 전화해 스펙트럼의 오퍼를 알려주고 비슷한 가격으로 조정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담당자의 한 마디 대답은 “노우”였고 그는 스펙트럼으로 바꿨다.

그런데 연초부터 AT&T에서 스펙트럼보다 더 싼 가격을 제시하는 선전 메일이 날아오기 시작해 요즘까지 계속되고 있다.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그때 가격을 좀 조정해주었다면 난 AT&T에 계속 남았을 것이고, 이런 우편물을 보낼 필요도 없었을 텐데…”라고 그는 말했다.


고객 서베이를 근거로 산업별 서비스 등급을 매기는 미고객만족지수(American Customer Satisfaction Index)의 최하위 5개 산업엔 유료TV 서비스, 인터넷서비스 공급사, 유선전화 서비스들이 다 포함되어 있으니 별로 놀랄 일도 아니긴 하다. 반대로 만족도가 가장 높은 산업으론 맥주회사들이 꼽혔고 만족지수가 바닥으로 내려앉은 분야엔 항공산업이 포함되었다.

각 분야의 고객서비스(Customer Service)에 대한 높은 불만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모두가 고객서비스를 증오한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월스트릿저널(WSJ)은 지적하고 있다.

‘브레이크포인트(breakpoint)’는 고객 불만 대응과 관련하여 기업과 컨설턴트들이 사용하는 비공식용어라고 한다. 불만의 어느 지점에서 고객이 떠나는지의 중단점을 뜻하는데, 다시 말해 고객이 폭발하기 직전까지 얼마나 내밀릴 수 있는지의 한계치라 할 수 있다.

요즘은 상당수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사용해 고객의 분노가 폭발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를 측정한다. 전화해서 ‘사람’과 통화할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오래 기다리는지를 추적한 후 그 고객을 잡아두려면 어떤 단계를 취해야 하는지 등을 분석하고 그 고객의 불만 해소를 위해 어떤 상담원과 연결시켜야 할지도 결정한다.

보통은 공감능력이 풍부한 친절한 상담원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상담 성과 분석에 의하면 직설적이고 자기주장 강한 상담원의 실적이 훨씬 높았다고 WSJ은 전한다. “고객들은 자신보다 스마트하며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담당자”와 상담을 원하기 때문이다.

고객서비스 불만증가를 초래하는 원인은 많다고 WSJ은 분석한다. 회사가 클수록 담당직원의 이동이 잦은 때문이기도 하고, 샤핑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고객의 충성도가 낮아졌으며, 콜센터가 인건비 싼 해외 개발도상국으로 옮겨지면서 서비스 질이 떨어지기도 했고, 인공지능으로 수집·분석한 데이터가 오히려 고객대우를 낮추는데 일조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들어선 후 “한 고객의 불만이 종전의 6명이 아닌 6,000명의 불만으로 삽시간에 확대되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며 이제 간단한 불만은 온라인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고객서비스까지로 가는 문제는 복잡한 내용이어서 해결이 쉽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배송 사고에서 판매직원의 불손한 태도, 인터넷의 갑작스런 중단, 부당요금까지 고객들이 전화하는 이유가 상당부분 회사의 ‘잘못’에서 초래되었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면 어떤 분야든 고객서비스는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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