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당신의 돈 낭비’

2019-09-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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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3달러50센트짜리 커피를 사 마시지 않고 저축한다면 1년에 1,277달러를 모을 수 있다. 그 돈을 매월 투자해 연 5% 수익을 올린다면 30년 후엔 8만5,305달러가 된다. 1달러50센트짜리 병물을 사 마시는 대신 날마다 그 돈을 모으면 연 548달러, 역시 매월 투자로 연 5% 수익률을 올리면 30년 후 3만6,608달러가 된다. 바꾸어 말해 매일 커피와 병물로 흘려보내는 푼돈 낭비로 은퇴 후에 요긴할 12만달러의 목돈이 날아가 버릴 수 있다.

알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미국인들의 돈 낭비 습관을 분석한 월스트릿저널이 실제 액수로 계산해 보여준 낭비의 결과다.

단위가 큰 낭비의 대상은 새 차와 큰 집이다. 1년 치의 새 차 월 페이먼트와 보험료는 평균 미국인의 2~3개월 간 봉급에 해당한다고 재정 전문가 데이빗 바흐는 설명한다.


예일대 로버트 쉴러교수가 지적한 낭비는 ‘큰 집에 대한 시대착오적 집착’이다. 테크놀로지로 자동화되고 분업으로 전문화된 생활방식의 변화로 더 이상 큰 공간이 필요없게 되어서다. 모든 정보가 전산 처리되어 넓은 작업실도, 파일 캐비넷도, 책장도 소용없어졌고, 온갖 종류 음식이 다 배달되니 잘 갖춘 대단한 부엌도 불필요한 것이 현대인의 생활이다.

커피에서 자동차와 집, 그리고 미성년 자녀의 과잉 과외활동비와 성인 자녀의 자동차 보험료 및 셀폰 요금, 등록하고 안 가는 날이 더 많은 헬스클럽 회원권까지 낭비의 품목은 다양하다.

낭비의 원인엔 남들에게 성공을 과시하기 위한 무리수도 있고, 그저 무의식적인 습관이기도 하며, 편리해서, 세일이라서… 그리고 열심히 일한 자신의 기분전환을 위해라는 정서적 구실도 있다. 전에는 매달 구매내역이 적힌 종이 청구서를 점검하며 가졌던 낭비성 구매에 대한 ‘반성’ 기회가 온라인 처리 후 사라진 때문이기도 하다.

낭비 해결의 첫 단계는 돈을 어디에 쓰는가를 체크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바흐는 조언한다. 매달 자신의 경비를 ‘필수’와 ‘비필수’로 나누어 정리하면 낭비의 대상이 한 눈에 드러난다.

외식과 장보기가 낭비 줄이기 최대분야로 꼽힌다. 외식은 미국인의 약 70%가 인정한 넘버원 낭비 품목이며, 미국인의 낭비성 장보기로 인해 매년 1,650억달러 어치의 식품이 먹지도 않은 채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1주 메뉴와 장보기 리스트를 미리 정하면 효과적이다.

“필요하지 않은 것을 사면 필요한 것을 팔아야 하게 된다”고 억만장자 워런 버핏이 경고한 충동구매도 돈 낭비의 주요 원인이다. 최근 모틀리풀의 서베이에선 미국인의 75%가 충동구매를 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낭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정서적 반응은 품목에 따라 다르다. 대표적으로 외식과 담배에 대해선 절약을 다짐하지만 셀폰과 스트리밍 서비스, 병물엔 “포기 못해!”로 강경한 사람이 많다.

낭비를 줄이면 긍정소비가 가능하다는 것엔 누구나 동의한다. 재정적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은퇴저축은 더 하고, 투자도 시작할 수 있다. 미국인의 약60%가 그달 벌어 그달 먹고사는 ‘페이첵 투 페이첵’ 살림이라고 답했다. 한편 꼭 필요하지 않은 ‘비필수’ 소비액은 한 가구당 월 평균 500달러에 달한다. 둘 다 금년 8월 찰스 슈압 서베이 결과다.

하루 5달러의 커피 값이든, 1년 수천 달러의 새 차 경비든 ‘당신의 돈 낭비’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것은 또 대부분 우리들의 가계부엔 아직 절약의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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