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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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숨바꼭질이 뭐예요?

2019-09-04 (수) 전성하(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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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에 공기 놀이를 잘하기 위해서 수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작은 손등에 공깃돌 다섯 개를 한번에 올리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했고, 한 알, 두 알, 잡기 쉽게 돌을 흩뿌리는 기술, 일부러 어려운 위치에 돌을 배치해 놓고 잘 잡아내는 요령을 반복해서 연습했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마다 이어지는 공기 놀이를 잘하기 위해서였다. 내 손에 길이 잘 든 공깃돌은 특별히 애지중지했던 기억도 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법이라 지금까지도 꽤 수준급의 공기 실력을 가지고 있다.

내가 심취했던 놀이는 공기뿐이 아니었다. 종이인형, 고무줄 뛰기, 오목과 피구에도 꽤 열정과 에너지를 쏟았었다. 그 외에도 숨바꼭질, 다방구, 얼음땡, 달팽이, 오징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술래잡기류와 말뚝박기, 땅따먹기, 오자미, 쌀보리 같은 일정 규칙이 있는 놀이도 있었다. 이사를 자주 다니다 보니 놀이법은 일맥상통하지만 지역별로 이름과 규칙이 조금씩 다른 그 놀이들에 대해 정리를 해볼까 고민해 본 적도 있다. 학교에서 동네에서 몇 명만 모이면 으레 판이 벌어지던 놀이들은 지금은 어디로 갔을까?

예전에는 자녀가 잘못을 하면 “외출 금지야!”가 벌칙이었는데, 지금은 집에 틀어박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만 하는 아이에게 “제발 좀 밖에 나가 놀아라”고 한다는 만평을 본 적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스마트기기와 유튜브에 익숙하다. 몇 년 전에는 모바일, 동영상 기기가 장난감을 대체하게 되면서 토이저러스(Toysrus)가 파산 신청을 했을 정도다. 아이들은 의사소통도 채팅앱이나 SNS를 통해서 하고 놀 때도 몸은 각자의 집에 있으면서 온라인 공간에서 아이디로 만나서 게임을 하고 논다. 웹툰을 읽고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고 댓글을 단다. 물론 시간, 공간의 제약을 없애고 쉽게 어울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우리세대도 부모세대에 비해 텔레비전과 전자오락이라는 획기적인 신문물이 있었다. 그러니 몇 십 년 후에는 더 기상천외한 가상현실, 인공지능 놀이가 생겨서 지금의 SNS나 온라인 게임이 유행 지난 옛 놀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몸으로 손으로 하던 예전 아날로그 놀이들이 가끔 그립다. 손자 손녀들이 책을 읽다가 “할머니, 숨바꼭질이 뭐예요?”라고 물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좀 서글프고 안타깝다.

<전성하(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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