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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율 하락, 집값 주춤’, 그림의 떡에 불과

2019-08-29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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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가 매물 품귀 현상에 첫 주택 구입 더 힘들다

‘이자율 하락, 집값 주춤’, 그림의 떡에 불과

주택 구입 여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신규 주택 공급 부족으로 첫 주택 구입자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AP]

모기지 이자율은 3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주택 가격 상승세도 둔화됐지만 첫 주택 구입은 더 힘들어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첫 주택 구입자들이 내 집 마련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 때문이다. 신규 주택 공급이 여전히 꽉 막혀 첫 주택 구입자들이 많이 찾는 ‘저가대’(Entry Level Price) 매물 시장은 매물의 씨가 마른 상황이다. 주택 개발용 부지 가격 상승, 노동력 부족, 건축 자재 비용 상승 등의 원인으로 주택 개발 업체들은 신규 주택 공급에 삼중고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가대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경우 자칫 2012년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주택 시장이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선 2012년 당시 주택 구입 수요가 일시에 살아났지만 극심한 매물 부족난으로 사상 유례 없이 치열한 구입 경쟁이 전국 각지에서 펼쳐졌다. 최근에는 은퇴 베이비 부머 세대 사이에서 보유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필요에 맞게 리모델링 한 뒤 한동안 거주하려는 ‘스테이 풋’(Stay Put)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매물 부족난을 부추기고 있다.

국영 모기지 보증 기관 페니메이의 덕 던컨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현재 첫 주택 구입자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매물 부족’”이라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주택 시장 성수기인 지난 7월 시장에 나온 재판매 주택 매물은 약 189만 채로 전달 약 192만 채보다 줄었고 지난해 7월 수준보다도 약 1.6% 감소했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 자료). 연방 상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월 주택 신축 현황은 연율 기준 약 87만 6,000 유닛으로 전달 대비 약 1.3% 상승,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폭으로 증가했지만 시장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모기지 보험 업체 ‘젠워스 모기지 인슈어런스’(Genworth Mortgage Insurance)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첫 주택 구입자들이 구입한 단독 주택은 매물 부족 여파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4% 감소한 약 55만 9,000채로 집계됐다. 첫 주택 구입 감소 현상은 주택 거래가 반등하던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말 모기지 이자율이 오르면서 주택 거래가 일시 주춤했다가 연말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티앤 리우 젠워스 모기지 인슈어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첫 주택 구입 감소가 전체 주택 거래 실적을 끌어내릴 수 있다”라며 “전체 주택 거래는 이미 연간 대비 약 2% 감소했으며 극심한 매물 품귀 현상이 주택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던 2012년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최근 이자율 하락에 따른 대출 비용 감소, 주택 가격 약세, 임금 상승 등 주택 구입 여건이 소폭 개선됐지만 턱없이 부족한 주택 매물로 인해 첫 주택 구입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모기지 대출 한도 48만 4,350달러 미만인 컨벤셔널 융자에 적용되는 30년 만기 고정 이자율은 8월 중순 약 3.9%까지 떨어졌다. 2016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1년 전보다 약 1% 포인트나 하락한 수준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 전쟁 우려로 투자 자금이 안전 자산이 채권 시장으로 몰리면서 모기지 이자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젠워스 모기지 인슈어런스의 리우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이자율 하락으로 모기지 대출 비용이 크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2분기 첫 주택 구입자들은 주택 구입 비용으로 기타 구입자에 비해 약 0.5% 포인트를 더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물 부족으로 인한 구입 경쟁이 첫 주택 구입 비용 상승 요인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해결되지 않으면 첫 첫 주택 구입자들이 주택 구입 비용 감소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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