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프리카의 대통령?”

2019-08-05 (월) 성이호성 국제기구 개발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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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대통령?”

성이호성 국제기구 개발담당

“어디서 왔어요(Where are you from)?”

우버나 리프트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면 운전자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다. 한국에서 왔다 하면 북에서 왔는지 남에서 왔는지 추가적으로 물어봐서 계속 설명하는 것에 많은 한인들이 익숙할 것 같다. 어디서 왔는가 하는 질문은 궁극적으로 출신 국가에 대한 물음이라는 걸 반복된 대화를 통해 이제는 잘 안다. 택시를 이용할 때 너무 많이 들어서 듣기도 대답하기도 싫은 질문이 어디서 왔느냐 하는 질문이었다.

이런 나의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있었다. 서아프리카 베냉으로 출장 나가기 한달 전이었다. 브루클린에서 리프트 탔는데 조수석 앞 창문에 깃발로 추정되는 빨간색, 초록색 바탕 가운데에 자리 잡은 노란색 별에 눈길이 갔다.


보통 운전자에게 말을 거는 편은 아닌데, 처음 보는 국기 때문에 이 사람은 어디에서 왔을 지 궁금해졌다.

“저 깃발은 어느 나라의 깃발인가요?” “버키나 파소! 제 고향입니다.”

운전자는 내가 국기에 관심을 갖자 급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전에 버키나 파소 출신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당신 나라가 베냉과도 가깝지 않느냐’고 되물으면서 우리의 대화는 지속되었다.

운전기사 우스만은 버키나 파소와 코트디부아르를 오가면서 살다가 미국에 유학 와서 생계를 위해 운전을 비롯한 여러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국가 출신이라 프랑스어가 더 편하다는 그는 이름도 프랑스어 사용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름이었다.

버키나 파소는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어 이름 외에 아는 게 없는 나라였다. 베냉 역시 출장이 확정되기 전이라 코토누라는 도시 이름 외에는 아는 게 없었지만, 서아프리카 출신의 우스만은 내가 자신의 조국 이웃 나라의 도시를 알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매우 흥분하고 기뻐했다.

그리고는 우스만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당신은 미래에 아프리카의 대통령이 되어야겠어요.”


황당하지만 조금은 재미있고 기분이 좋을 수도 있는 말인데, 우스만이 왜 생면부지의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우스만에 대해 보인 아주 작은 관심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뉴욕에서 만났던 이방인과 10여분 남짓 나눈 대화 덕분에 “당신은 어디에서 왔습니까?” 라는 질문을 이제는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관심의 표현일 수 있다.

앞으로 같은 질문에 받게 되었을 때 내가 외국인에게 한국의 대통령직을 부여할 수는 없겠지만, 나도 우스만처럼 조금 더 즐겁게 한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이호성 국제기구 개발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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