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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우리집 남매를 소개합니다

2019-08-01 (목) 채영은(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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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와와 믹스 강아지와 턱시도 고양이가 우리집에 함께 오게 된 지도 5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그간 이 둘을 함께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인들의 공통적인 질문은 한결같이 두가지로 압축된다.

첫번째, 어떻게 강아지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게 되었는가? 이유는 간단했다. 당시 사춘기 아들은 캣가이를 자처할 만큼 고양이여야 함을 간절히 원하고 주장했던 반면 나는 근처 산책이라도 데리고 나갈 수 있는 강아지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양측의 팽팽한 의견에 중간에서 남편이 두마리 동시입양으로 중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 강아지랑 고양이랑 사이가 안좋다던데 싸우지는 않는가? 고양이는 아주 어릴 때 길가 진흙탕에서 거의 익사 직전 구출된 탓에 대략 추정 날짜로 생일 등록이 되어 있다. 이후 입양기관을 거쳐 4개월 때에 우리집으로 오게 되었다. 고양이 오고 며칠 후 생후 두달 된 강아지가 도착하여 초조 불안한 모습을 보이니, 며칠 먼저 왔다고 누나가 남동생 보살피듯 품안에 보듬어주고 함께 잠드는 장면을 시작으로 해서, 둘은 너무도 다정하게 잘 어우러져 지내고 있다. 사람들의 오래된 고정관념이 잘못된 거라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고양이는 마치 똑똑하고 야무진 딸래미를 보는 듯하다. 늘 조용히 집안 구석구석을 다니며 살피고, 자기관리가 철저하며, 배변에 실수가 없다. 때로는 먼저 다가와서 안기고 빗질과 손길을 갈구하기도 한다. 그에 비하면 강아지는 철없고 제멋대로인 남동생을 보는 듯하다. 누나를 만만하게 보고 장난걸었다가 혼쭐나기도 하고, 하루라도 산책을 안나가면 안되며,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예민한 심성을 지닌 어린 아가의 모습이다.

외동아이가 타지 대학에 간 이후로, 이 애들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게 고요하고 적막한 집안에 이 애들로 인한 생기가 넘쳐난다. 물론 평상시 내가 챙겨줘야 하는 일거리가 있고 집을 오래 비울 수 없다는 제한은 있지만.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담아 돌볼 수 있는 생명들을 운명처럼 만나게 되고 한지붕 아래서 함께 살고 있음에 매일매일 감사한다. 두 녀석은 지금도 투닥거릴 때도 치열하게, 다정할 때도 한껏 몰입해서 서로에 대한 애증(?)을 뛰고 구르며 몸으로 표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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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은씨는 결혼 후 20년째 영국-중국-홍콩-남가주를 거쳐 현재 산호세에서 살고 있는 주부이다. 대학생인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채영은(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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