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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선칼럼] 복돌이와 5만리

2019-07-31 (수) 신해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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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가 되면 항상 하고 싶은게 하나 있었다. 있었다...? 든든한 미니밴 하나 장만하여 치약 칫솔에 박카스 잔뜩 싣고 전기담요 몇 개 뚤뚤말아 길로 나서는 거다. 그러나 혼자서는 외로우니까 자동차에 이름이나 지어준다. 뭐, 복돌이라고 부를까? 그러면 여행중 진정한 대화가 가능한 동반자가 생기는 거다.

‘복들아, 지금 우리 어데 있니?’ Apple Car Player는 결국 Apple iPhone의 연장이다. 기능이 이것저것 너무 많다. 그러나 Tech에 별로인 운전자가 쓸 수 있는건 대개 몇 개로 제한되어 있을 거다. 그 중 하나가 지금의 위치를 물어보는거다, ‘엘카미노 좋아하시는 식당 앞인데요.’‘

때로는 궁금한걸 이 녀석한테 묻는다. ’이번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누가 될 것같으니?‘ ’움직이는 찻속에서는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제 머리가 다른 생각은 안합니다.‘ 어려운 질문의 답변을 피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Buffoon이 무슨뜻이니?‘ 라디오에서 대서양 바다건너 저쪽에도 선출된 누군가가 여기같이 어쩌고 하기에 물었더니 ’움직이는 차속...‘ 또 그 핑계다. 아마 버릇을 가르치려는 모양이다. ’그래 알았다, 알았다고, 이따 내가 찾는다고.‘


대박이라는 날짜 잡아 부적 두어 개 가슴에 품고 복돌 이와 함께 길로 나선다. 우선 카밀라 해리스 후보 선거 사무실을 찾는 게 논리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맞을 것 같다.

명함하나 준다. 아무 아무개. 1970년부터 미국 기자협회 평생회원. 대접이 좋다. 선거 사무실은 누구의 사무실에 가든 누구에게나 대접이 좋다. 그런데 기자라면 더 좋아진다. 뭐 막걸리 대접이라는 게 아니다. 대화의 상대가 되어준다는거다. 알고 싶은 질문에 척척 이다. 또 누가 아나 이렇게 만난 후보 중 누군가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이렇게 민주당 대통령후보 한명 한명씩 찾아 북으로 남으로 동으로 복돌이와 함께 드라브를 하다보면 저 동북쪽 Vermont 주 버니 샌더스 후보를 끝으로 금년의 후보군 사무실을 최소 한곳씩은 방문하게 되는 거다(하와이는 빼고). 그때쯤 되면 날씨는 무척이나 추어질 테고 그럴때는 고추장을 듬뿍 뒤집어쓴 오징어와 땅콩 그리고 소주잔이 곁들인 뜨듯한 방구석이 최고다, 여태까지 송고한 기사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수정할건 해서 이번에는 책으로 만드는 포맷으로 바꾼다.

동부에서 되돌아오는 길은 꽤나 한산하다. 간판 내린 여러 사무실들이 너절해 보인다. 리노의 불빛이 화려한 어느 노름장 카운터에서 한잔 시키는데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아무 아무개가 선출 되었다는 TV 뉴스가 속보로 번쩍인다.

이건 꿈이고...

그래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 무언가를 찾아본다. 많다. 그 중 하나가 누구든 어떤 후보자 선거사무실 운영을 한번 체험해 보는 거다. 대통령에 출마한다면 전국 방방곡곡에 도대체 몇 개의 사무실이 필요할까? 예를 들어 산타 클라라 카운티만 해도 15개 도시가 있다. 도시마다 하나씩? 아니 산호세같이 커다란 도시에 하나로 해결이 되나? SF는? 오클랜드는?

자 - 내사무실 옆에 한 후보의 사무실이 문을 연다고 가상해보자. 간판이 붙는다. 누군가가 와서 전화와 인터넷 라인을 설치한다. 시끌버끌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간다. 문방구점에서 배달이 온다. 책상, 의자, 컴퓨터, 전화기 그리고 각종 문구류. 거기에다 상주하는 직원들. 일반 사무실 오픈할 때와 다른 게 없다.


선거 사무실 운영도 결국은 비즈니스 운영이라고 보면 된다. ’Schedule C‘ 에 지출이 수입

보다 많아서는 살림꾸리기가 힘들다. 광고비 지출이 말씀도 아니다. 우편물, TV Radio, Print 매체, 그리고 가가호호 방문. 이래서 눈먼 돈이건 눈뜬 돈이건 후보자들이 눈만 뜨면 모금에 매달리나보다. 헌데 남의 집 힘든 살림살이 엿보는것같아 이건 별로다.

아디오스.

<신해선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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