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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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다양성의 불청객, 역차별

2019-07-27 (토) 신선영(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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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가 사내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의 갈등을 공유한 적이 있다. 실력 및 여러 방면에서 적격으로 여겨지는 후보가 단지 백인 남성이라는 이유로 몇 동료들에게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이야말로 유색인종의 여성 리더를 선출할 시기이며 사내 다양성이 가져올 여러 장점들을 피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면접 중 유난히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거나 사소한 꼬투리를 잡는 등 백인 남성 후보를 향한 유치한 차별이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듯했다. 사실 백인 남성은 역사적으로 미국 사회에서 가장 특권 받은 집단이다. 재밌게도 이들의 성공이나 출세는 판이 짜인 시스템 안에서 곱게 자란 도련님 스토리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앞서 설명한 상황에서도 일부 동료들이 백인남성 후보의 실력과 열정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아시안계 여성이다. 나보다 점수나 스펙이 현저히 떨어지는 흑인 친구가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다. 또한 남자들이 바글바글한 테크놀로지 회사에 비슷한 실력의 남자 지원자들보다는 조금 쉽게 합격할 수 있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대학 입시나 취업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 극단적으로 불공평한 예시를 생각해보자. 교육열이 남다른 부모님 밑에서 혜택을 누리며 자라왔을 한국인의 성취는 당연한 것, 곧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져 나의 평생이 녹아든 원서는 3초 만에 입학 사정관의 쓰레기통으로 향했을 수 있고 어쩌다 원서를 쓰게 된 회사는 마침 여성할당제를 도입하기로 해 실력이 출중한 남성들을 제치고 나를 뽑기로 했을 수도 있다.

백인 남성이 어떤 혜택을 누려왔고 역차별을 당하고 있을지, 흑인 여성이 어떤 불편함을 겪어 왔고 우대 정책으로 얼마나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나는 감도 오지 않는다. 사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불쌍한 영혼의 친구인 나는 다양성을 짜 맞추고자 희생된 실력과 어두운 역차별의 현실이 조금 안타까울 뿐이다. 동시에 “프로망상러”인 나는 기회의 평등이 실력의 균형을 이끌어내 보다 자연스러운 다양성을 이뤄내는 사회를 조심스럽게 꿈꿔본다.

<신선영(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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