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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선 칼럼] Modesto Bee 1945년

2019-07-17 (수) 신해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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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바늘을 약간 뒤로 돌려본다. 뭐 돌릴래서 돌리는 게 아니라 어떤 분에게 답례로 돌리는 거다. 올드타이머 한 분이 오셨다. 선물을 하나들고. 그리고 이를 우리 한국일보 독자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고맙겠다고... 애니타임 웰컴이다.

그 선물은 오래된 신문 한 장이었다. 쳐다만 보아도 머리가 지끈하다는 거라지를 정리하다보니 이 신문이 비닐봉지에 싸여 있었다는 거다. 색깔은 노란색이 지나 완전 늙어가고 있고 만지면 조금씩 부서질 정도로 오래된 신문 한 부. 1945년 8월 15일자 Modesto Bee다.

Modesto라면 어쩌면 우리들이 1일 생활권에 끼어줄 수 있는 말하자면 가까운 이웃사촌 동네다. 그러나 동네가 문제가 아니라 날짜가 포인트다. 1945년 8월15일. 우리가 잊을 수 없는 바로 그날이고 미국 역시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신문이 꽤나 크다. 16.5 x 23인치다. 여기에 비해 지금 우리가 보는 한국일보는 11 x 21.5 인치다. 구선생 기록에 의하면 이 신문의 역사는 135년으로 현재 5만 6천여명 일간 구독자를 갖고 있다고한다.


Japanese War Ends. 1면에 대서특필로 쓰여진 제목이다. Japanese War? WWII가 알만한 전쟁명칭이 아니었을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거다. 패전장 히로히토의 사진이 있고 승전장 맥아더 장군의 사진이 다음 칼럼에 보인다. 히로히토는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에 일본이 초토화되는 비극을 막기 위하여 항복한다는 변을 국민에게 미리 발표한 직후다.

1면은 거의가 다 짤막한 전쟁기사로 짜여져 있다. 군은 향후 6개월 동안 7백만명 군인을 제대시킬 계획임을 발표한다. 국가와의 모든 전쟁 산업 계약은 이 날짜로 해지된다고 한다. 무더기로 군대에서 풀리는 젊은 인력으로 국가 실업률은 8백만 명이 될 거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이는 단지 일시적 현상일테고 전쟁산업에서 평화산업으로 바뀌면서 서서히 노동력이 흡수될거라는 예측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농업분야에 필요한 인력이 당장 4백만 명 이상이라는 광고와 기사가 눈에 보인다.

페이지 한 장을 넘긴다. 전면광고 The Owl Drug Co.가 있다. 아직도 존재하는 약방 체인이다. 많은 상품 중에 눈에 익은게 여기저기 보인다. Bayer 아스피린-100개에 56센트. Alka Seltzer-8개에 27센트. 지금 이들의 값과 비교하면 주판을 두둘겨 보아야 되겠지만 지금이 엄청 싼 것 같다.

아! 영화광고가 나온다. 존 웨인 출연 ‘Flame of the Barbary Coast’가 있다. Youtube를 열어보니 이게 나온다. 그래서 이를 보면서 지금 여기 키보드를 때린다. 코넬 와일드의 아라비안 나잇 총천연색임을 자랑하는 Technicolor 강조의 광고도 있다. 소설책 광고 그리고 여유만만한 Sears 백화점도 있다.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전쟁에 관한 이야기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게 350 Billion달러. 전쟁비용이란다. 이중 3분의2 이상이 일본과의 전쟁에 쓰여졌다고 한다. 지금 돈으로는 얼마가 될까? 꽤나 될거다. 26만명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65만여 명의 젊은이들이 부상을 입었다. 징집대상 2천3백만 젊은이들 중 한순간 최대 1천2백50만 명 군인들이 현역으로 총알과 싸웠단다.

부동산 값을 안볼 수가 없다. 그 커다란 페이지 하나를 꽉 채우고 다음 페이지 반쪽 이상을 채운 Classified Ad에 부동산이 많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자동차 광고가 없다는 거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자동차와 연관된 타이어라든가 등등 부대물 광고도 보이지가 않는다. 1945년만해도 자동차가 지금같이 모두에게 있어야만되는 필수품이 아니었나보다.

4천 달러면 3베드룸 새집을 살 수가 있겠다. 땅값도 싸니 까짓 것 한 2백 에이커쯤 사서 포도 좀 심어봐? 74년이라는 흘러간 세월은 잊은 채 한순간 황홀한 상상도 해본다.

<신해선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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