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정한 청년 멘토

2019-07-15 (월) 김미소 펜실베니아 주립대 응용언어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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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청년 멘토

김미소 펜실베니아 주립대 응용언어학 박사과정

‘멘토’라는 단어는 트로이 전쟁을 다룬 고전 오디세이아의 등장인물 ‘멘토르’에서 기원했다. 오디세우스는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를 멘토르에게 맡긴 후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고, 멘토르는 10년이 넘도록 정성을 다해 텔레마코스를 가르치고 양육한다. 그러나 오디세우스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그의 아내 페넬로페를 차지하기 위해 구혼자들이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의 집에 몰려들어와 행패를 부린다.

멘토르는 텔레마코스의 편에 서서 구혼자들을 향해 화를 내며 소리친다. “너희들이 한 악행의 대가를 곧 치를 것이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항해를 하기로 결정한다.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멘토르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서 말한다. “너는 네 아버지의 용감한 정신을 물려받은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내 힘으로 너를 지켜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 견고한 배를 준비해오마. 가자!”


텔레마코스와 아테나는 이타카를 떠나 항해를 시작한다.

최근엔 인터넷만 켜도 2030 청년의 멘토를 자칭하는 사람들이 넘친다. 청년 멘토는 학력, 커리어, 저서, 인맥, 성공스토리 등을 자신만만하게 자랑한다. 친근한 모습으로 불안한 청년들에게 다가와서 자신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자신처럼 성공할 수 있으며, 자신의 책을 사서 꾸준히 읽고 모임에 참여하면 인맥을 십분 활용해 좋은 기업에 취직시켜 줄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청년 멘토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이런 광경이 겹쳐진다. 어머니에게 구혼하는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있는 텔레마코스에게 “내가 하라는 대로 꾸준히 따라하면 돼!”라고 외치는 멘토르.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나려는 텔레마코스에게 “나는 눈부신 지혜의 여신이지! 내가 쓴 이 완벽한 책을 사서 공부하면 너도 성공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아테나.

개인이 살아온 역사와 맥락 및 처한 상황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려는 노력 없는 조언은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모두 할 일을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끝내는 게 성공의 비결이라는 걸 알지만 쉽게 그러지 못한다.

그 이유는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다. 계속된 실패 때문에 무기력해서일 수도 있고, 가정에 우환이 있어서일 수도 있다. 미루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미루지 말라고 말하는 건 잔소리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청년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던지는 조언은 무의미하다.

또한 청년이 불안한 이유는 하루하루 고단한 나날을 이어가지만,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미래가 불확실해서이다. 텔레마코스가 길을 떠날 때 아버지의 생사를 알 수 없어 애를 태웠던 것처럼.

따라서 청년에게 필요한 멘토는 아테나처럼 청년의 앞에 서서 고난과 역경을 뚫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청년의 뒤에서 공허한 말을 외치는 사람이 아니다.

멘토가 적절한 도움을 주기 위해 청년을 파악하는 데 쏟는 노력과, 청년이 멘토가 준 조언을 실천하기 위해 쓰는 노력. 이 둘을 비교해 보면 진정한 청년 멘토를 쉽게 판별할 수 있다.

<김미소 펜실베니아 주립대 응용언어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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