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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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영화를 누리는 시간동안

2019-07-09 (화) 김예은(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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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동안 학기중에 못봤던 영화들을 원없이 봤다. 여유로운 생활에서 즐긴 각각의 영화들이 다채로운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그 첫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대한민국의 첫 황금종려상을 가져다준 ‘기생충’이었다. 계층간의 다름을 나타낸 이 영화를 보러간 영화관에서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화면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 높은 값을 지불해 더 편안한 영화관람을 할 수 있고 적은 돈으로는 더 적은 만족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영화관람 중에 나는 우리의 어쩔 수 없는 삶을 보게 되었다. 봉준호 영화감독은 ‘설국열차’라는 영화에서는 앞에서 뒤로 신분을 나타냈고 ‘기생충’이라는 영화에서는 위에서 아래로 계층차를 나타내주었다. 위치가 지위를 보여주고 그 지위가 위치를 만들어냄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부내난다(부티난다, 부잣집냄새 난다는 뜻)는 말 속에 가난의 냄새도 있음을 제3자를 통해 알게 해주었다.

몇년만에 나온 ‘토이스토리’ 연재작 4번째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동심을 선사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인형의 우여곡절에 같이 동요하고 안쓰러워하는 것은 다름이 없었다. 더 자라 또다시 본 이 영화의 지난 연재작들은 약간의 흥미를 주었다. 실제의 삶에서 이 영화의 인형들처럼 내 인형들이 내가 없을 때 움직이고 말을 한다면 영화 ‘애나벨’에서 인형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공포영화가 되고 말 것이라는 것을. 이 생각이 든 나는 내 스스로가 웃겼다. “동심은 끝났구나” 하고 말이다. 주로 만화영화의 주된 내용은 선과 악이 공존해 선이 결국은 승리를 한다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바보처럼 살면 정말 바보가 된다는데 영화의 결말은 매번 악은 인과응보를 당한다. 이 영화는 우리의 희망을 나타낸 것일까 아니면 우리 삶을 투영해낸 그 반대의 판타지 영화인 것일까.

수많은 영화를 보면서 나의 주관적 생각이 일렁였다. 예고편 하나 없는 우리의 인생은 과연 어떤 장르일까. 우리 삶의 감독인 신에게도 장르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이끌어 낼까. 더 나아가 내 영화의 주인공인 나는 감독이자 각광받는 주인공으로 인생의 서사를 기승전 잘살았다로 끝맺을 수 있을까.

<김예은(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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