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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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걱정하는 게 걱정

2019-06-25 (화) 김예은(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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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신호등을 만났다. 초록불이 꺼지기 9초 전이었다. 그 주어진 시간 안에 건너편으로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갈등 끝에 결국 뛰었다. 그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에서 나오는 식은땀은 곧 열심히 뛴 덕분에 생긴 기분좋은 땀으로 변했고, 초조했던 마음들은 초 단위로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게 만들었다. 결국 건너편에 도달했고 끝내 초록불이 빨간불로 바뀌었을 때 엇박자 속의 숨들에 의해 말이 조각조각 맞추어져 읊어졌다. “해냈구나.”

결국은 될 것인데 뒤돌아보면 걱정 가득했던 일들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유학길에 올랐을 때에도, 편입으로 원하는 대학교를 갔을 때에도. 시간이 지나보니 괜시리 걱정하며 걸어온 길들이 많이 후회됐다. 돼라는 말에 ‘안’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도 성가신 일인데 안돼라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내 미래의 장애물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후회할 걱정을 하고 있다. 취업 걱정.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무게감 있는 고민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짊어지고 있다. 게으름뱅이의 귀찮음으로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듯이, 오늘 걱정도 내일로 미루면 얼마나 좋을까. 모두가 감정엔 이기적이지만 걱정엔 이길 수 없다는 듯 그 감정을 소비하며, 전전긍긍해 한다. 없는 형편에 있는 걱정 없는 걱정 끌어모아 걱정을 사서 한다.


우리집 주변에 있는 보신탕집 옆 진돗개처럼 세상이 그런 것 같다. 불안하다. 그 세상에서 일명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로 근심에서 벗어나 행복하자고도 말하고 걱정인형을 만들어 걱정을 하나의 물체에 전가하라고도 한다. 걱정이 행복으로 덮어질 수있도록. 불안했던 부담감들을 이기적이게도 회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쩌면 책의 마지막 장인 시점의 상태로 삶을 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해야 할 남은 것이 이것밖에 없다는 안도감에 부담을 내려놓고 마지막까지 혹은 마지막이라도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것이니까. 결국엔 마지막 문장까지 끝을 낸 자신이 뿌듯할 테니. 그렇게 미래형으로 쓰여진 자신의 걱정 담긴 소망들이 과거형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책의 마지막 장을 읽고 있다.

<김예은(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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