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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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참! 잘했어요

2019-06-19 (수) 유정욱(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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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이거 봐요!” 하고 우리 앙상블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의 두살배기 아들이 웃옷을 들춰 배를 열어 보여준 건 바로 스탬프였다. 아이들이 뛰어놀며 몸에 자극을 주어 신체를 발달시키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상으로 받은 것이란다. 배에 하나, 팔에 하나, 손등에 하나, 토탈 3개를 보여주며 자랑하는 아이를 보며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어릴 적 추억 속으로 들어갔다. 1학년 처음 짝꿍 손을 잡고 들어간 교실에서 맨 처음 한 공부는 색칠공부였다. 3단계로 나누어 색을 칠하고는 먼저 완성된 순서대로 앞으로 가지고 나가 스탬프를 받았다. 내 노트에 쾅 하고 둔탁하게 찍히는 순간 짙은 남보라빛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그려져 있고 ‘참! 잘했어요’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찍혀 있는 스탬프를 보며 처음으로 밀려오는 성취감과 함께 인정받은 기쁨이 가슴에 새겨졌다.

그렇게 스탬프 하나로 시작된 수많은 인정욕구들과 함께 나를 세워가기 위한 노력과 몸부림으로 나는 살아왔고 내 자녀들 또한 그렇게 살아가고 있음을 보게 된다. 누군가에게 받는 인정과 칭찬은 삶을 바꿔놓기에 충분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어느 책 저자가 말했듯이 나 또한 공감한다. 하나의 목표가 달성되면 바로 그 다음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얻기 위해 달린다. 이렇듯 어릴 때부터 학습된 인정을 향한 삶들의 답습이 나를 지금도 끊임없이 도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자 나를 나답게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정과 성취는 결과물이라는 강력한 기준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부(富)를, 어떤 이는 명예를, 어떤 이는 자식을, 혹은 어떤 이는 아름다움과 건강을 내 인생의 결과물로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 나는 무엇을 인정받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나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자식의 성공, 건강, 탄탄하고 멋진 노후를 즐길 수 있는 준비. 누구나 가지는 이 뻔한 소망들이 과연 내가 궁극으로 원하는 삶이였던가… 아니면 좀 더 고상하고 차원 높은 이상으로 내 삶을 평가받을 수 있을 만한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만 하는 것인가 생각해 본다. 매일을 힘겹게 살아도 그 누구 하나 칭찬하지 않는 삶의 시간 안에 나는 어쩌면 ‘참! 잘했어요’라는 남보라빛 스탬프 하나가 절실히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이처럼 솔직하고 소박하게 내가 살아온 시간들에 대해 자랑해보고 싶다.

<유정욱(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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