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편한 취미생활
2019-06-15 (토)
신선영(UC버클리 학생)
나는 프로듀스 시리즈의 열렬한 애청자다. 이제는 평균 연습생들의 최소 큰누나 뻘이 되어 버린 나이에 한심해 보일 수 있겠지만 어제 보았던 ‘입덕’ 영상 오늘 또 몇 번씩 돌려보면서 미소 짓고 있는 나를 이제는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소집된 101명의 연습생들 가운데 국민 프로듀서, 즉 시청자나 팬의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11명을 프로그램 종영과 동시에 아이돌로 데뷔시키는 콘셉트다. 이들은 개인을 홍보할 수 있는 영상과 동일한 주제곡 평가 영상 등으로 시작해 그룹 배틀, 포지션 평가 등의 무대에 서면서 꽤나 공평한 시스템 안에서 경쟁하지만 완벽히 동등한 출발선은 존재하지 않고 결국은 인기투표로 데뷔하게 된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인기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과 연예계에서의 경쟁은 절대 공평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매우 합리적이다. 연습생들의 인기는 피디의 역량 안에서 비치게 되는 매력을 바탕으로 결정되는 것이 다반사인데 아무리 시청자들마다 개인적인 취향이 있다고 하지만 호감을 사는 연습생들은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데뷔를 결정짓는 ‘호감’에는 공식이 존재할까?
프로그램에서 ‘호감’의 삼박자는 흔히 생각하는 외모, 실력, 인성 대신 이미지, 서사, 연기라고 생각한다. 예쁘고 잘생긴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이미지이다. 본인의 이미지를 빠르게 인지하고 걸맞게 꾸미는 이들과 외적인 요소와는 상반되는 성격을 뽐내는 이들에게 국민 프로듀서들은 반응한다. 절대적인 실력보다는 성장하는 모습, 혹은 적당한 동정과 응원을 유도하는 기발한 서사가 필요하다. 과도한 의욕이나 팀에게 손해보게 할 만한 행동들은 당연 화를 부른다. 치열한 경쟁 가운데에서 성공할 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듯한 적당한 냉소, 무관심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연습생이 정말 좋은 사람인지가 아닌 주어진 역할을 잘 연기하며 큰 틀 안에서 잘 어우러지는지가 관건이다.
‘호감’이라는 주관적인 감정조차 시스템화되어 있는 공간에서 나는 정확히 무엇을 생각하고 느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오늘도 나는 아주 편하게 취미생활을 즐긴다.
<신선영(UC버클리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