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해도 해도 너무한 HOA, 누굴 위해 존재하나

2019-06-13 (목) 준 최 객원 기자
크게 작게

▶ 너무 까다로운 규정 악법도 지켜야

황당한 규정으로 주민‘편의’보호하려는 HOA
주택 단지가 공동으로 개발된 경우 ‘주택 소유주 협회’(HOA)를 통해 단지를 관리할 때가 많다. HOA는 단지 내 주민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도로와 공원 등 편의 시설을 깔끔하게 관리해 주민 편의를 돕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그런데 일부 HOA는 너무 까다로운 규정을 앞세워 주민을 오히려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 소비자 정보 업체‘치피즘’(Cheapism)이 다소 황당한 규정을 둔 HOA 사례를 모아봤다.

◇ 심장마비 환자보다 급한 앞마당 잔디
플로리다 주 파스코 카운티의 소방관들은 최근 페이스 북을 통해 지난해 7월 발생한 사고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 자신의 집 앞 마당에서 심장마비 증세로 의식을 잃은 환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관할 소방관들이 긴급 출동했다. 심장마비 증세를 보인 남성은 HOA가 부과하는 벌금을 피하기 위해 앞마당에 잔디를 직접 깔던 중 이 같은 변을 당했다. 남성의 부인이 페이스 북에 올린 글에 따르면 남성은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출동한 소방관에게 ‘잔디 조경 작업을 확실히 마무리해야 된다’는 말을 반복했다는 것.
소방관이 남성을 병원으로 이송한 뒤 남성의 처남이 잔디 작업을 떠맡아 그날 자정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남성의 부탁을 무시할 수 없었던 소방관들은 다시 남성의 집으로 돌아와 처남을 도와 잔디 작업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소방관들은 이후 페이스 북을 통해 “커뮤니티가 필요로 할 때 돕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믿는다”라는 우스갯소리를 올리기도 했다.

◇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차고문 강제 개방
새크라멘토 지역의 한 HOA는 주민들에게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차고문을 개방하라는 통지문을 보냈다. HOA의 통보를 듣지 않을 경우 200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다소 ‘협박’조의 통지문이었다. 이유인즉슨, 차고에서 불법적으로 생활하는 일부 주민이 신고돼 이를 적발하겠다는 것이었다.
HOA의 이 같은 황당한 통보에 주민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차고에 보관하는 귀중품 등 물품 도난을 우려한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HOA 측은 결국 두 손을 내리고 말았다.


◇ 장난감 플레이 하우스는 별채다
조지아 주의 한 주민은 어린 딸의 장난감 플레이 하우스를 뒷마당에 두었다는 이유로 HOA로부터 소송장을 받았다. HOA는 핑크색 플레이 하우스를 별채로 규정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후 지역 언론을 통해 해당 사례가 소개되면서 ‘놀이용 플레이 하우스는 HOA의 승인이 필요 없다’라는 주민들의 주장과 ‘승인을 받아야 하는 별채’라는 HOA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끝에 HOA 측이 결국 소송을 취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미주리 주의 한 주민도 뒷마당에 설치한 플레이 하우스와 그네가 보라색이란 이유로 HOA에 의해 법정에 서야 했다. HOA가 문제로 삼은 것은 플레이 하우스의 색상으로 보라색은 HOA의 승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주민이 플레이 하우스를 뒷마당에 설치한 지 2년이 지나도록 문제를 제기하지 않던 HOA가 갑작스러운 소송으로 주민을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법원은 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 커튼은 안되고 블라인드만 된다
창문 가림용 장식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커튼과 블라인드다. 그런데 테네시 주의 한 HOA는 주민들에게 블라인드 설치만 허용하는 규정으로 주민과 마찰을 빚었다. 주민은 어린 딸이 블라인드 줄에 묶여 자칫 생명을 잃을 뻔한 사고를 당한 뒤 블라인드를 떼고 모두 커튼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그런데 해당 HOA 규정에 주택 건물 전면에 설치된 창문은 모두 2인치 두께의 블라인드를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주민은 다소 이해하기 힘든 HOA 규정으로 따르지 않고 결국 이사를 결정해야 했다.

◇ 지나친 애국심은 허용할 수 없다
오하이오 주의 한 참전 용사는 애국심에 뒷마당에 성조기를 휘날렸다가 지역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됐다. 참전 용사 주민은 약 15피트 길이의 깃대에 성조기를 달아 뒷마당에 설치했는데 HOA가 이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HOA 규정에 따르면 깃발을 달기 위해서는 주택 건물에 받침대를 설치하고 받침대에 짧은 깃대를 꽂아야 한다. 지역 언론에 이 같은 사연이 소개되면서 HOA는 어쩔 수 없이 참전 용사 주민의 방법을 승인해야 했다. 이후 참전 용사의 깃발은 지역 재향 군인회와 보이스카우트의 성대한 행사와 함께 다시 펄럭이게 됐다는 후문이다.

◇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가판대 설치 안 된다
어린 나이에 HOA의 쓴맛을 본 사연도 있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동네 입구에서 집에서 손수 만든 레모네이드를 파는 어린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걸스카웃 기금 마련 등 순수한 목적의 판매가 많은데 플로리다의 한 HOA에서는 어린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마저 허용하지 않았다. 해당 어린이는 레모네이드 판매용 가판대를 설치했다가 HOA로부터 가차없는 통보를 받았다. HOA는 통보를 통해 단지 내에서는 어떤 판매도 허용되지 않으며 안내 표지판도 설치도 할 수 없다는 엄격한 내용을 통보를 보내왔다. 아이는 장애를 겪고 있는 친구 여동생이 다니는 학교를 돕겠다는 순수한 목적이었지만 어린 나이에 사회의 냉정함을 맛봐야 했다.

◇ 빈땅에 함부로 꽃 심지마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한 남성은 단지 내 조그마한 빈 땅에 꽃을 심었다가 무려 약 1만 9,000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물었다. 이 남성은 단지 내 조그만 공터가 맨 흙 상태로 방치된 것이 늘 눈에 거슬렸다. 단지를 아름답게 꾸미겠다는 나름대로의 생각에 맨 흙으로 덮인 공터에 예쁜 팬지 꽃을 심었다. 이를 알게 된 해당 HOA는 하루에 100달러씩 벌금을 부과했고 남성의 주택을 상대로 ‘유치권’(Lien)까지 설정하는 횡포를 부렸다.

◇ 모든 차량은 차고 내에만 주차
주택을 구입할 때 차고 크기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플로리다 주의 한 남성은 너무 커서 차고에 주차되지 않는 자신의 트럭으로 차고 진입로에 주차했다는 이유로 HOA와 소송전을 벌여야 했다. HOA는 모든 차량은 반드시 차고 내에 주차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고 트럭 소유주 남성의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남성은 HOA의 조치에 맞서 싸우기로 결정했고 3년에 걸친 소송전 끝에 소송비와 벌금 등으로 무려 약 18만 7,000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준 최 객원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