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행복한 직업
2019-06-13 (목)
김영숙 실리콘밸리한국학교 교감
한국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희망 직업을 조사한 결과 올해는 1위가 운동 선수였다. 유튜브에서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유튜버가 인기 직업 5위로 떠올랐고, 중고생 사이에서는 메이크업 아트스트, 헤어 디자이너 등의 뷰티 아티스트가 강세라는 기사였다. 지난 10년간 1위가 교사였다는 사실도 새삼 놀라웠다. 다음 세대가 꿈꾸는 직업은 돈을 잘 버는 것 못지않게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삶에다가 유명세도 있는 직업들이 많았다. 미국의 직업 선호도는 한국과 비슷하겠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실리콘밸리 지역에서는 벤처 기업이나 IT 쪽에도 관심이 많다. 또 최근 K팝의 열기로 연예인을 꿈꾸는 학생들도 있다.
지난주에는 내가 근무하는 한국학교에서 청소년 학생 대상으로 직업 박람회를 가졌다. 올해 초청한 강사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된 벤처기업 투자 담당자, 뉴스 앵커, 신경외과 의사, 뷰티 아티스트였다. 각 분야에서 성공한 젊고 유능한 한인 2세인 이들은 스스럼없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눠 어느 때보다도 학생들의 호응이 높았다. 또 그들이 후배인 한인 2세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재능과 후원금을 내고 싶어하는 적극성을 보여 감동적이었다. 자신의 경험과 직업 열정을 밝힌 그들의 프리젠테이션은 학생들에게 그 직업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영감과 큰 도전을 주었다. 지속적으로 한인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지도 보여 서로에게 뜻깊은 시간이었다.
행사를 마치고 강사들과 점심 식사를 하는 도중 과연 부모들이 선호하는 자녀의 직업 순위는 얼마나 변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실제로 이날 초청된 강사들도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 부모와의 의견차였다고 고백했다. 아들이 프로게이머로 진로를 바꾸고자 한다면, 요리사나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꾼다면, 유튜버로 평생 여행 다니며 살고 싶어 한다면 과연 부모들은 뭐라 말할까? 자녀가 만족할 만한 행복한 직업들은 늘어나는 반면 우리 마음속에는 늘 직업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 자녀와의 대화를 가로막고 선뜻 동의할 수 없게 만든다. 업데이트가 안된 랩탑이나 전화기처럼 대화할 때마다 아이들은 불편하고 답답함에 괴로울 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꿈꾸는 미래의 직업과 삶을 얘기했을 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려 노력하는 것이 젊은 세대와 함께하는 우리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영숙 실리콘밸리한국학교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