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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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둘러보는 인생들

2019-06-04 (화) 김예은(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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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상대방의 활동을 들춰보는 것이 참 쉽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직접 만나서 대화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금방 파악이 가능하다. 또한 미국에서 대표적으로 쓰이는 송금수단인 벤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한국 예능도 혼자 사는 연예인 혹은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는 연예인의 모습을 엿보는 관찰예능이 유행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남에게 쉽게 노출되는 삶을 살아가고, 상대방의 삶을 곁눈질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우리 각자의 삶은 자신의 시선에 맞게 비춰지고 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초점을 맞춘 특별한 부분이 사람들에게 보여지기를 원한다. 우리 삶의 불필요한 부분을 자르고 더하고 할 수는 없지만 남들에게 보이는 삶은 충분히 편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더 낫게 남에게 보일지 그 방법을 연구해 스스로 짜깁기를 한다. 더 예쁜 것을 찾아서 순간의 인생을 가장 좋아보이게 담아놓는다. 요즘 흔히 말하듯 인생사진이 그 예이다. 인생의 순간포착을 자랑하며 그것이 다인 양 꾸며놓는다. 그 스스로의 편집에는 희망, 그리고 안타까움이 있다. 어쩌면 실제로 이루지 못할 일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는 가능하니까 말이다. 오리고 붙인 우리의 인생이 종이접기였다면 비행기가 되어 훨훨 날았으련만…그러지 못하니 인생을 곱게 포장해 세상에 더하기 단추를 눌러 올린다.

때로는 상대방의 활동을 관찰하며 기준을 세우고 자신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렇게 상대방을, 그리고 나 자신을 평가한다. 그런 식으로 서로가 가진 것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그 삶을 들춰보고 마는 것에서 그친다. 영어식으로 “Keep in touch”라고 안부를 물어 연락하고 지내자는 것이 아닌 스마트폰의 “Touch”만으로 서로의 생활을 아는 것에 족해 하는 관계에 익숙해져 간다.

정보화시대에 우리는 상대방의 상태를 알고 싶어하지만 그 삶의 깊숙한 곳을 보지 않으려고 하는지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상대방의 삶에 제 3자로서, 그리고 자신의 삶에 전지적 주인공 시점으로서 우리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고 소비되어지고 있는지 주의깊게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김예은(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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