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팔리는 매물 늘면서 손실도 증가
▶ 안정적 일 그만두고 고소득 보장되는‘플리핑’투자 뛰어들어
플리핑 투자 시장도 변화를 맞고 있다. 플리핑 투자자들 사이에서 최근 ‘본전도 찾기 힘들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플리핑 투자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안 팔리는 매물이 늘면서 수익은커녕 손실에 고전하는 플리핑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유망한 직업을 그만두고 플리핑 투자 시장에 과감히 뛰어 든 젊은 플리핑 투자자들 중 손실을 입는 경우가 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열기가 식어가는 플리핑 투자 시장을 진단했다.
◇ 첫 성공에 대한 자만감이 화근
항공업계에서 기술자로 근무하는 션 팬은 부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27세의 나이에 고소득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업을 하루아침에 그만두고 부동산 ‘플리핑’(Flipping) 투자업에 뛰어들었다. 팬이 플리핑 투자를 처음 시작한 지역은 부동산 시장이 전국에서 가장 ‘핫’한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이었다. 첫 번째 플리핑 거래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플리핑 투자로 단번에 약 30만 달러의 투자 수익을 올린 팬은 플리핑 투자의 전망을 확신하고 더욱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팬이 첫 플리핑 투자를 한 시기는 약 2년 전. 그때부터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조정기가 찾아왔고 주택 판매 기간이 점점 지연되기 시작했다. 팬과 파트너가 최근 애플 본사가 위치한 서니베일 지역에 구입한 플리핑 투자용 주택은 그에게 약 40만 달러의 손실을 안겼다. 팬은 “최근 플리핑 투자 손실로 쓰라린 경험을 얻게 됐다”라고 전했다.
◇ 빨리 갚아야 하는 ‘하드머니’ 융자에 발 묶여
TV에서 방영되는 플리핑 관련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플리핑 투자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최근 수년간 투자 업체, 부동산 투자자는 물론 ‘부자’를 꿈꾸는 일반인까지 너도 나도 할 것이 플리핑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택 가격이 수년간 급등하면서 지난 주택 시장 침체에 대한 악몽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그런데 최근 주택 시장 조정기 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이 많아지면서 플리핑 투자에 처음 뛰어든 투자자들도 기대했던 수익 대신 손실을 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플리핑 투자 손실은 주로 ‘하드 머니’(Hard Money) 융자를 통한 투자 비용 조달 방식이 화근이 될 때가 많다. 하드 머니 융자는 급전이 필요한 대출자들에게 발급되는 단기 상환 방식의 융자로 이자율이 시중 이자율에 비해 훨씬 높아 위험이 따르는 융자 방식이다.
덴버 소재 대출 기관 페어뷰 커머셜 렌딩의 글렌 와인버그 ‘최고 운영 책임자’(COO)는 “플리핑 투자는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집이 빨리 팔리는 상황에서만 수익을 낼 수 있다”라며 “최근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거래 기간이 지연되면서 플리핑 투자자 감소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어뷰 커머셜 렌딩은 이미 부동산 투자자 대상 대출 기준 강화에 나섰다.
◇ 북가주 플리핑 투자 손실 증가
지난해 4분기 구입 뒤 1년 내에 재판매된 플리핑 거래는 전체 주택 거래 중 약 6.5%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플리핑 거래 비율은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로 주택 가격이 두 자릿수 비율로 상승한 북가주와 시애틀 등 서부 지역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일부 지역의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폭등한 결과 조정기를 맞게 됐고 일부 지역의 경우 주택 가격 하락 현상이 나타나면서 플리핑 투자자들의 손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분기 플리핑 투자 손실 비율은 2009년 이후 가장 높았다고 코어로직이 밝혔다. 샌호제 지역의 경우 약 45%에 달하는 플리핑 거래가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 안 팔리는 기간만큼 손실액 증가
주택 구입 후 별다른 수리 없이 단순 재판매 위주였던 10여 년 전 플리핑 방식과 달리 최근 플리핑 투자는 거의 대부분 리모델링 공사를 실시한 뒤 되파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플리핑 투자자들은 주택 구입에 필요한 자금과 리모델링 공사에 필요한 비용을 하드 머니 융자를 통해서 조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주택 판매 기간이 지연되고 리모델링 공사 비용이 급등하면서 하드 머니 융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플리핑 투자자가 많아지면서 플리핑 투자 손실액도 늘고 있다.
대형 투자 기관 블랙스톤 그룹과 골드만 삭스 그룹 등도 플리핑 투자자 대상 대출업에 뛰어들면서 대출 규정이 경쟁적으로 완환되고 있고 일부 대출 기관은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는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플리핑 투자 손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플리핑 투자자 중 상당수는 수년간의 경험을 갖춘 전문 투자자들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플리핑 투자에 뛰어든 초보 투자자들 중심으로 플리핑 투자 손실이 늘고 있다.
◇ ‘플리핑 대상 융자 발급 규정 강화해야’ 지적도
시애틀 거주 레이철 보이어는 2016년 2만 5,000달러짜리 부동산 투자 코칭 강의를 수강한 뒤 10만 달러가 넘는 고액의 연봉이 보장된 직업을 그만두고 플리핑 투자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최근 주택 수요가 감소하면서 그녀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해 내놓은 플리핑 매물 2채가 팔리지 않자 하드 머니 융자에 대한 연체까지 발생했다. 보이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플리핑 투자 성공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보이어는 “주택 시장 변동성이 낮은 피츠버그 지역에 플리핑 투자용 주택 25채를 구입할 계획”이라며 “매매를 통한 수익보다는 임대 매물로 전환해 장기 임대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플리핑 투자 손실을 입는 투자자가 늘면서 하드 머니 대출 규정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 하드 머니 대출 기관 페어뷰 커머셜 렌딩은 플리핑 투자자 대상 다운페이먼트 비율은 40%로 상향 조정하는 등 대출 자격 심사 강화에 나섰다. 와인버그 COO는 “여전히 느슨한 대출 기준을 적용하는 대출 기관이 많은데 플리핑 투자 손실이 급증할 경우 모든 피해는 대출 기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던 브라이언 팸도 몇 년 전 플리핑 투자에 뛰어들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플리핑 투자용 주택 4채를 구입한 팸 역시 지난해 주택 시장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최근 예상치 못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 처분이 지연되면서 융자 상환 기간 연장 비용으로 대출 기관에 약 4만 7,000달러를 지급해야 했다. 팸이 보유한 주택 중 한 채는 약 110만 달러에 내놓았는데 판매가 지연되면서 약 5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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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