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양검사와 LGBTQ

2019-05-20 (월) 최진희 펜실베니아 주립대 성인교육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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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검사와 LGBTQ

최진희 펜실베니아 주립대 성인교육학 박사과정

하루는 평소 식습관을 점검해 보고자 학교 건강센터에 갔다. 일일영양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지 전문 영양사의 컨설팅을 받고 배우며 스스로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영양사와 한 시간 가량 상담을 한 후 참여자 만족도 설문조사를 했다. 서베이를 하는 과정에서 성별을 확인하는데 총 8개의 항목이 나왔다.

남자, 여자, 트랜스 여자, 트랜스 남자, 마음은 여자(하지만 남자), 마음은 남자(하지만 여자), 모르겠다, 답하기 싫다.


성별을 단순히 남자와 여자 두 카테고리로만 생각하던 나는 8개나 되는 분류 기준을 보고 경악했다. 설문조사를 완성한 후 영양사에게 물어보았다.

“왜 성별에 이렇게 많은 카테고리가 있나요?“

“다양성 증진 운동이 미국 전체 대학교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다양한 성 정체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해서 최근에 설문의 답변이 늘었지요.”

“생물학적인 내용을 기반으로 과학적 데이터를 모은다고 하면서, 성별에만 심리학적 카테고리가 포함되어 되나요?”

“그건 LGBTQ에서 사람을 차별한다는 항의가 들어와서 그래요.”

“나이와 인종은 차별의 요소가 되는게 아닌가요? 만약 제가 자존감이 낮아서 아시안이라고 체크하는데 수치심을 느끼면 그것도 차별이 되는거 아닌가요? 게다가 인종에 대한 질문에 흑인은 Africa American도 아니고, 적나라한 Black이던데요.”

혹시 몰라서 다시 물어보았다.


“과학기술이 발달해서 여자로 트랜스한 남자도 이제는 아이를 가질 수 있나요?”

“아니요. 우리는 사람의 생물학적인 데이터를 보고 그 사람을 진단해요.”

계속되는 질문에 영양사는 일부는 동의하고 또한 당황해했다.

대학 시스템 차원에서 진행하는 일이라서 본인이 할 수 있는게 전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한 지금까지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던 사항이지만 나의 질문 또한 타당하다 생각하기 때문에 다음 회의 때 건의해보겠다고 했다.

생물학적인 데이터를 모으는 자리에 심리학적 카테고리가 대등하게 있었다.

즉, 무엇이 더 과학적이다 아니다는 이슈보다는 개인이 결정하는 주관적 성별의 느낌이 생물학적 성별 분류로 격상하도록 영향을 준 LGBTQ 사회 이데올로기의 승리로 해석된다.

이것은 일일 영양 섭취량,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을 논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영양상담의 전문분야에 대한 만족도 설문조사였다. 이를 꿰뚫고 들어온 LGBTQ 단체의 힘을 보고 객관적이라는 것, 과학적이라는 것 또한 많은 부분이 사회문화적 요소이며, 사회과학적 해석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확인했다.

이후로는 학교 정책과 활동 구석구석에서 사회문화적 요소들을 찾아보는 숨은그림찾기를 시작했다. 마치 ‘월리(wally)를 찾아라’ 같다.

<최진희 펜실베니아 주립대 성인교육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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