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객님, 이 말 만큼은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2019-05-16 (목) 준 최 객원 기자
작게 크게

▶ 에이전트가 고객에게 차마 하지못하는 말들

▶ 실제 수입은 일반에 알려진 것처럼 많지 않아, 거래 시작 전부터 문제 발생할 것이라는 말 못해


부동산 에이전트로서의 삶은 겉으로 비치는 것처럼 화려하지만은 않다. 에이전트들도 남들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나름대로의 고충을 가지고 살아간다. 가장 힘든 고충 중 하나는 고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할 때이다. 인터넷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드’가 전국에서 활동하는 부동산 에이전트들을 상대로 고객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말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물어봤다.

■ 생각하시는 것만큼 큰돈 벌지 못해요

부동산 에이전트의 삶은 TV에 나오는 에이전트처럼 화려하지 않다.


수입도 마찬가지다. 일반인들은 수수료 비율만 보고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매 거래 당 큰돈을 받는 것으로 여기지만 현실은 다르다.

뱅쿠버에서 평균 약 70만 달러짜리 주택 거래를 주로 담당하는 브라이언 수이코 에이전트는 “에이전트가 실제로 버는 수입을 고객에게 알려주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에이전트가 부자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로 돈을 벌기 위해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한다”라고 털어놓았다.

부동산 에이전트도 고객 유치를 위해 광고비와 마케팅 비용, 협회비, 보험료 등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 고객이나 상대 측과 법적 문제가 발생하면 엄청난 비용의 법률 비용이 발생하기 쉬운 ‘고위험’ 직업이다.

워싱턴 소재 한 에이전트는 “전체 수수료 중 에이전트가 지급받는 금액은 일부에 불과하고 여러 비용 외에도 다음 해 높은 비율의 세금도 납부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 보이지 않게 하는 일이 많은데

고객들이 때로는 부동산 에이전트에게도 감사를 표했으면 하는 것이 부동산 에이전트의 바람이다. 뉴욕 소재 코코란 리얼에스테이트의 스펜서 컬터 브로커는 “우리가 하는 일은 집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다”라며 “1인 다역을 담당하지 않고는 에이전트로 성공하기 힘들다”라고 하소연했다.


고급 주택 매매를 중개하는 컬터 브로커는 에이전트의 역할에는 ‘트랜잭션 코디네이터’(Transaction Coordinator), 마케팅 전문가, 상담가, 텔레 마케터, 영업 직원, 분석가. 협상가, 때로는 교사 역할까지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에서 100만~2,000만 달러에 이르는 초고가 주택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워버그 리얼티의 클래어 그룸 에이전트는 “에이전트가 담당하는 업무 중 상당 부분은 고객에게 설명되지 않을 때가 많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 업체 리얼 뉴욕의 스캇 댈베리 에이전트도 “매물 자료를 조사하고 내용을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라며 “상대방 에이전트와 약속을 잡기 위해서 연락을 주고받는 것도 상당한 일이지만 인터넷을 통해 쉽게 이뤄지는 것으로 아는 고객이 많다”라고 아쉬워했다.

■ 자격증 있는 친구에게 일은 안 맡기는 것이 좋아요.

워싱턴 주에서 평균 40만 달러대 중저가 주택 전문하는 한 에이전트는 “부동산 자격증이 있는 친구나 친척, 또는 부동산 정보 사이트의 자료를 믿지 말라”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버치 해이즈 에이전트 역시 “‘풀 타임’(Full Time) 에이전트와 ‘파트타임’(Part-Time) 에이전트 간에 큰 차이가 있다”라며 “올케나 친한 친구가 부동산 자격증을 소지했다고 해서 일을 맡길 생각이라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경험이 부족한 에이전트에게 주택 거래를 맡길 경우 돈독한 우정을 쌓을 수는 있지만 거래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거나 심지어 금전적인 손실을 입을 위험도 크다.

거래 실패로 자칫 우정에도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에 자격증을 소지한 지인보다는 경험이 풍부한 에이전트에게 일을 의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에이전트들은 입을 모은다.

■ ‘스테이징’하면 잘 팔릴 텐데

거실의 가구가 집안 분위기를 망치는 원인이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고객 나름의 취향을 반영한 가구라서 자칫 고객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을 제값에 빨리 팔기 위해서는 기존 가구를 새 가구를 교체해야 하는데 에이전트의 설명에도 고집불통인 고객이 있다. 최근 기존 가구 재배치나 간단한 실내 장식으로 매물 단점을 보완하는 ‘홈 스테이징’(Home Staging)이 큰 인기다.

그러나 홈 스테이징을 실시하려면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점을 알면서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고객이 많다. 워버그 리얼티의 노에미 비터맨 에이전트는 “스테이징이 실시된 매물이 높은 가격에 팔린다는 것이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됐다”라며 “비용도 비용이지만 자신의 집 분위기를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셀러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 문제가 반드시 일어날 거예요

사소한 문제 하나 없이 끝나는 부동산 거래는 드물다. 거래 진행 도중 항상 예기치 못한 문제가 적어도 하나쯤 발생한다.

그러나 에이전트는 거래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고객에게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항상 거래가 순조롭게 끝날 것이라고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지 않으면 고객은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어떤 문제가 발생하든 중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다. 코네티컷 소재 로빈 켄슬 에이전트는 “부동산 거래를 하다 보면 매우 힘들고 절망스러운 위기가 찾아 오기 마련”이라며 “부동산 에이전트가 문제 해결 능력과 고객을 잘 관리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준 최 객원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