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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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문학 속의 클래식

2019-04-24 (수) 12:00:00 신은주(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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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를 비롯한 어떤 종류의 음악은 시와 희곡을 바탕으로 작곡되지만 반대로 음악이 문학 작품에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경우가 있다. '크로이체르 소나타'는 구글링 하면 톨스토이의 중편소설이라는 소개가 먼저 나오고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은 그 다음이다. 소설로 더 알려진 셈이다.

베토벤의 여러 소나타 가운데 톨스토이에게 왜 크로이체르가 낙점되었을까 가늠해본다. 남녀간의 케미스트리를 유발할 만큼 풍부한 서정성에다, 결혼생활의 모습처럼 다채로워서 선택된 것일까? 주인공은 이 곡을 연주하는 아내와 바이올리니스트를 바라보며 그들의 교감과 다가올 배신을 감지한다. 분노, 고요함, 즐거움, 소망과 절망의 곡조가 주인공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협주곡처럼 장대하며 화려한 이 소나타에 비해 소설의 스케일이 좀 미흡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안나 까레니나'급은 아닐지라도 더 대작이었다면 좋았을 뻔했다.

야나체크는 다시 현악 4중주로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작곡했다. 자유롭고 현대적인 분위기로 소설 속 여자 주인공에 대한 연민도 담아냈다고 한다. 그의 '신포니에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IQ84' 앞부분에서 소개되었다. 곡 도입부의 관악 팡파르가 책의 팡파르가 되어, 다음에 이어지는 신비스럽고 독특하며 로맨틱한 선율은 소설 분위기를 암시하는 것도 같다.


밀란 쿤데라는 아버지가 야나체크에게 사사받은 피아니스트였는데 자신도 책의 구석구석에서 음악 공부를 한 흔적을 보여준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는 베토벤의 마지막 현악 4중주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6번 4악장에서 베토벤이 적어 놓은 메모를 하나의 암시로 해석하며 주인공 토마시가 아내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또 다시 아내에게 돌아가는 장면에서 인용한다. “Musses sein?”(그래야만 하는가?) “Es muss sein!”(그래야만 한다!). 진중하지만 밝고 경쾌한 이 곡이 ‘절대적 고독 속에 완전한 자아의 영역으로 들어감’ 혹은 ‘객관적 세계를 뛰어넘은 모호함’을 표현한다는 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야기와 뭔가 일맥 상통함이 있어 보인다.

문학과 음악이 서로 얽혀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예술가들이 각자의 장르에서 인생과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는 내용은 동일할 것이기 때문이다.

<신은주(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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