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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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줄다리기(Tug-O-War)

2019-04-11 (목) 12:00:00 김명수(버클리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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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팀이 끌려가고 있는 기분이었다. 안간힘을 쓰며 잡아당겼다. 있는 힘을 다하여 끌고 있던 손이 미끄러졌다. 몸은 밸런스를 잃으며 뒤로 나가 뒹굴었다. 그제서야 몇주 전 전문의와 상담에서 들은 말이 떠올랐다. 무척 나쁘게 나온 나의 골밀도 수치를 본 의사는 시간이 지나면 등이 구부러질 수도 있고, 넘어지면 부러진 엉치뼈 감염으로 인해 죽는 사례도 있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런데도 그 경고를 잊고 왜 줄다리기에 나섰을까 싶었다. 아마도 위험한 운동이라는 걸 몰랐던 것 같다. 2박 3일 교회 수양회로 해머 캠프장에 왔기에 운동경기에 참여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같다. 머리가 지끈거리며 눈앞의 시야가 흐려졌다. 까마득히 내 몸상태를 잊어버리고 있다 넘어졌기에 이미 뼈가 부스러진 게 아닌가 불안함이 엄습해왔다. “주님 도와주세요” 기도했더니 조금 후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리고 걸을 수 있었다. “주님 감사합니다.” 제일 먼저 내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의사가 추천한 골다공증 치료제 포테오(Forteo)를 다시 고려해보기로 했다. 내 보험에서는 커버되지 않는 약이었다. 의사 말대로 2년을 복용하면 10만달러가 들어가는 셈이다. 젊었을 때 사고 싶은 것, 여행가고 싶은 것 참으며 절약해 모은 돈을 나이 들어 약값으로 다 없애겠구나 생각하니 허무했다. 그 약의 부작용을 읽어보니 신장 결석이 있었던 사람은 주의를 요했다. 나는 2번이나 신장 결석으로 고생해서 수술까지 받은 적이 있다. 의사에게 포테오 대신 보험이 커버되는 포사맥스(Fosamax)를 먼저 복용해보고 싶다고 했다. 물론 이 약도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다.


약 복용보다 더 중요한 건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거다. 녹색 채소와 멸치를 즐겨 먹고, 꾸준히 운동하면서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 다들 뼈가 약해진다. 나이가 드는 건 우리가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있는 건 자신의 마음과 행동뿐이다.

인터넷에서 줄다리기하다 팔이나 손가락을 잃어버렸다는 기사를 읽었다. 난 단지 줄다리기하다가 머리만 땅에 부딪히며 뇌진탕을 일으켰을 뿐이다. 뼈가 부서지지 않아 휠체어 도움없이 걸을 수 있어 기뻤다. 문득 “네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이 떠오른다. 마음과 정신뿐 아니라 육신도 되돌아보며 내가 나이가 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이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건강하고 항상 감사하며 살고 싶다.

<김명수(버클리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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