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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for the Soul] Involution / 인볼루션

2019-04-06 (토) 12:00:00 최정화 커뮤니케이션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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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essed is he who stands at the beginning: that one will know the end and will not taste death.

시작에 서 있는 자는 행복하다. 그는 끝을 알게 되고, 죽음을 맛보지 않을 것이다.

“Tell us, how will our end come?” 말해 주세요, 우리의 끝은 어떻게 오겠는지요? 예수님 제자들이 그렇게 묻습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상의 끝은 늘 지구촌의 관심사? 유식한 말론, 에‘ 스카톨로지’ (eschatology)라며 ‘종말론(終末論)’을 말합니다.


과연, 우리들 곁에 오셨던 하나님의 아들 예수는 어떻게 답하셨던가. 일단 되묻습니다. “Have you found the beginning, then, thatyou are looking for the end?” 너희가 끝을 찾는다는데, 그렇다면, 너희는 시작은 찾았느냐? 제자들 모두 그만, 허걱!

머쓱해하는 제자들을 긍휼히 여기신 예수님, 스스로 말씀을 이어 나갑니다. “For where the beginning is, there will the end be.” 시작이 있는 곳에 끝도 있기 때문이다. 시작한 그곳이 바로 끝나는 곳이니라. 다시 허걱! 아니, 대체 무슨 말씀? 그러자, 이렇게 맺으시는 자상한 예수님.

Blessed is he who stands at the beginning: that one will know the end and will not taste death.

시작에 서 있는 자는 행복하다. 그는 끝을 알게 되고, 죽음을 맛보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죽음을 맛보지 아니하리라!”는 선언으로 시작하는 “The Gospel of Thomas,” 그 18쪽 말씀. 아무런 스토리 없이, “공자 왈, 맹자 왈” 느낌으로 듣는 도합 114쪽의 “예수님 가라사대” 복음서. 짧다면 매우 짧은 어록. 그런데, 그 말씀의 속내가 여간 옹골지고 은밀한 게 아니더라? 오늘날 “성경” 속 ‘공관복음서’에도 상당 부분 일치하는 말씀들이 나오지만, 유독 12제자 중 한분 토마스[Thomas]가 전하는 어록은 미상불 범상치 않은 게 사실.

진정 끝을 알려면 시작부터 알아야 되지 않겠는가. 시작을 모르는데 어찌 끝을 알겠는가. 나아가, 참되게 끝을 알려면 그저 시작에서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복된 이는 마침내 죽음마저 맛보지 아니하리라. 홀연, 우리 한민족 고유의 최고(最古) 경전 천부경(天符經)을 읊조리게 됩니다.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로 시작해서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로 마치는 하늘 이치에 그대로 부합하는 경전. 하나의 시작은 시작없는 하나요, 하나로 끝나는 하나 또한 끝 없는 하나라네. 그렇게 ‘하나’님을 노래한 단 81자 천부경(天符經). 한때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스스로 노래를 지어 부르곤 했던 나의 천부경! 바로, 그 진리를 예수님은 쉽고 간단하게 푸십니다.

시작에 거하는 이는 복되나니, 그는 끝도 알게 되며 따라서 마침내 죽음도 피해 가느니라. 이쯤에선, 소위 신지학(神智學)이 말하는 ‘Involution’의 뜻 또한 불현듯 환하게 펼쳐집니다. 시작은 ‘인볼루션’이고 그 후 과정은 ‘evolution’이란건데, 쉽게 풀면 대략 이런 내용: 이 세상 모든 혼(魂, soul)들은 시작없는 처음에 ‘involution’이란 과정을 통해 육체를 가진 존재로 내


려와서; ‘밖으로 구른다’는 뜻의 ‘evolutiion’ 즉 세상살이를 통해 서서히 ‘존재의 의미’을 깨우친 후; 마침내 ‘인볼루션’으로 왔던 그 ‘처음’으로 되돌아간다는 인간 영혼의 여정.

Blessed is he who stands at the beginning: that one will know the end and will not taste death.

시작에 서 있는 자는 행복하다. 그는 끝을 알게 되고, 죽음을 맛보지 않을 것이다.

‘안 으 로 굴 러 들 어 와’[involution], ‘밖으로 구르다가’ [evolution], 결국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인생. 그게 바로 육(肉)이 아닌 혼(魂)의 여정. 죽은 이를 일컬어 ‘돌아갔다’고 말하는 속내 또한 이에 다름 아닌 터에, ‘involution’을 따로 번역하지 않고 그저 ’인볼루션‘이라 하는 이유 또한 ‘in+volution’이란 단어 속 비의(秘意)를 은근히 전하고 싶기 때문.

OM~

<최정화 커뮤니케이션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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