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았다, 썼다, 사랑했다.’ 스탕달의 글로 인사드립니다. 슈페트는 라거펠트를 만나 삶이 달라졌습니다. 킹크랩, 훈제연어, 캐비어(벨루가일 것입니다)를 좋아하게 길들여졌다고 합니다. 남겨질 유산의 정확한 금액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천 만년을 살아도 남을 것은 분명합니다. 고양이도 이렇게,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바뀝니다. 물론 모든 만남이 다 행운과 행복을 안겨 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트인 물꼬는, 아픔과 슬픔과 배신일지라도, 흐르고 흘러 묘하게 만납니다. 묘한 운명이 되어 돌고 돕니다. 때문에 어떤 만남에도 의미를 두고 시간에 맡기면 됩니다. 각자의 갈 길을 흘러가게 두고 기다려보면 답이 나옵니다.
사연의 연속인 삶 속에서 이민자의 사연은 그야말로 일일 연속극입니다. 이러한 삶의 여로에서 만난 . 우리는 한국일보를 통해 고국과 함께 있었습니다. 지역동포들의 활약상을 읽으면서 기쁨도 아픔도 함께 했습니다. 미국 땅 한국일보와의 만남 속에서 이어지고 있는 50여년의 역사. 그 중에서도 은 내가 알고 있는 한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특별한 만남입니다.
한국일보의 지면을 통해서 맺어진 인연으로 글을 쓰셨습니다. ‘삶의 이야기는 눈 깜짝거리는 시간보다도 빨리 지나간다’는 헨드릭스의 가사처럼 집필 기간의 3개월은 빨리도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길고도 긴 여운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이 아쉬움을 이렇게 쓰기도 했습니다.
“ ”은 내 인생에 큰 선물이었음에 아마도 많이 그리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헤어짐이 있기에 그 사랑의 대화를 추억으로 곱씹으며, 또 보고파서 나는 애틋한 상사화로 피어날 것입니다.“ 나는 이 분과 모든 필진에게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헤어지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상사화로 피어나지 않아도 됩니다. 각양 각색의 아름다운 꽃으로 함께 피어 꽃 동산을 만들면 됩니다. 오선지에 그려진 씨줄, 날줄의 인생화보, 그 한권의 사진첩 같은 책 속에서,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서로의 글을 읽으며, 행복해 하면 됩니다. 행복은 선택이며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요. 행복의 원천은 마음, 생각에 있습니다. 생각이 습관으로, 성격으로 형성되어 운명이 된다고 합니다.
을 통해 글을 쓴 대부분의 필진들, 한때는 문학의 선상에도 있었을 분들입니다. 그 꿈, 의 집필을 계기로 점화되었기를 바랍니다. 더하여, 문학에는 구원까지 있으니까요. 인식과 감동으로 엮어내는 자기 조명의 끊임없는 생명감으로써 구원의 구실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생각이 정립되었으면 만들어가면 됩니다. 신은 노력하는 사람에게 운을 부여한다고 했습니다. 다같이 노력해서 역사를 만들고 신화를 만들기로 해요. ‘햇볕에 바래면 역사고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소설가 이병주 선생님의 글. 필진들과 아름다운 역사, 아름다운 신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가 존재함으로 만난 . 나는 이 창을 통해 바라보는 밖의 세상이 낮에는 꽃들로 밤에는 별들로 가득할 꿈을 갖고 있습니다. 케른을 만난 푸쉬킨의 시, 상드를 만난 쇼팽의 음악, 스티글리츠와 해밀톤을 만난 오키프. 예술의 신화, 삶의 역사를 만들어 낸 이들의 만남같이 우리의 만남도 역사를, 신화를 이룩해 낼 수 있다는 꿈. 함께 만들어 갈 것이라는 꿈입니다. 이 꿈을 갖게 해 준 와 필진,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존재와 만남에 감사를 해야겠습니다. 미주 창간 50주년을 기념하며, 25주년을 맞이하게 된 우리의 운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만남에.
25년의 세월 동안 수백명의 필진을 발굴해 낸 한국일보 가족들, 그 노고를 이 지면에 열거할 수 없는 크나큰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눈에 보이는, 일선에서 눈부시게 활약하는 몇 분만은 밝히고 싶습니다. 홍남 편집국장과 신영주 기자, 손수락 전 편집국장, 이민규 국장, 이정훈, 이우원 가족, 그리고 누구보다 이 발간을 기뻐할 강승태 사장과 권영민 교수입니다. 또 여성의 창 시작 당시 여성의 창 태동에 힘쓴 당시 발행인이었던 강우정 현 한국성서대학 총장과 중간에 데스크를 맡았던 이광희, 정태수 전 편집국장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우리의 만남, 서로가 서로에게 꽃이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별로 빛나는 랩소디는 끝나지 않고 이어질 것입니다. 이 향연에 많이 참여하시기를 기다립니다. 신청 마감 전에 진행과정과 구체적인 출간에 관한 것을 다시 알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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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선(본보 편집 전문위원,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