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자투고] 돌아온 아들과 함께 살기

2019-03-21 (목) 방무심 / 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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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 10년간을 샌프란시스코에 직장과 방을 얻어 생활하면서 주말에만 집에 오던 아들이 일 년 전에 새 직장을 자기 집과 내 집 중간으로 옮겨왔다. 그동안 주말에나 집에 오던 아들이 올해는 춥고 비가 내리는 날도 많고 엄마가 정성껏 차려준 밥상에 반하여 하루 이틀 더 머물더니 한달여 전부터는 제집으로 갈 생각 없이 직장을 다니며 뒤늦게 ‘캥거루족’이 되었다.

자기 집은 비어있는 날이 많아서 렌트비도 아깝고 가끔 우편이나 수거해오니 이런 낭비가 있겠나. 문제는 아들의 직장은 거의 City 쪽으로 몰려 있어 만약에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경우가 생긴다면 지금보다 렌트비를 두 배나 지불해야 하니 쉽게 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엊그제 신문에 샌프란시스코 1 베드룸 평균 렌트비가 3,690불이라는 것을 보면서 많은 가정에서 자녀와 함께 생활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30대 중반까지도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고 25살 백인 남성 가운데 4명 중 1명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즈음은 자녀가 백수가 아니더라도 사정에 의해 같이 생활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나이 든 한국 부모는 한식에 깃들여진 자녀의 뒷바라지를 하기가 쉽지 않다.


독립 정서가 강한 미국 가정은 대개 본인이 알아서 음식과 세탁을 챙기는 생활에 젖어 있으니 한결 수월해 보인다. 좋은 점도 있어서 아들 덕분에 식사다운 식사로 생활의 만족도는 훨씬 부드럽고 은퇴 후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서 좋다. 그러나 집사람은 시장에 가는 횟수부터 늘어나게 되고 회사에서 늦게 오면 괜한 기우에 걱정하게도 된다. 미국에서 산 생활이 오래 되었어도 한국 가족의 훈훈한 연대감과 애정으로 보살펴 주게 되지만, 혹시나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권위적인 소통으로 이어질까 조심스럽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올해에는 인성이 좋은 규수 만나 독립해 생활 하기를 기대해 보며 그동안은 적당한 하숙비를 받아내어 집사람에게 건네야 겠다.

<방무심 / 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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