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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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불가근불가원

2019-03-15 (금) 12:00:00 정윤희(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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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직종이든 다 그렇지만 요식업은 유난히 사람들과의 관계로 엮이는 업종 중 하나이다. 재료를 공급해주는 업체 사장님들, 한솥밥을 먹는 가족같은 직원들, 불특정 다수의 고객들! 쉽지 않은 관계들이다. 그중 제일 힘든 관계를 꼽는다면 한치의 망설임없이 가족같은 직원들이라 할 수 있다. 업체 사장님들은 좋은 물건과 정확한 결제를 주고받다 보면 나중엔 가족 이상의 친분이 쌓이게 된다. 손님들은 어떤 상황이든 맛과 친절에 최선을 다하면 큰 문제는 없다. 설사 문제가 생겼더라도 끝까지 불만을 경청하고 진심으로 응대해주면 아무리 난리를 쳤던 손님도 결국엔 미안해하며 가게문을 나선다.

하지만 직원들은 다르다. 잘해줘도 더 좋은 조건을 찾으려 발 하나를 빼놓고 있다. 떠나가는 직원들을 탓할 게 아니라 맘 잡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되는 게 오너의 역할이다. 아까울 것없이 더 잘해주고 싶지만 마음속에선 늘 한계를 정해 놓고 대해야 한다. 너무 멀리 대하면 직원들이 가게에 정을 못 부쳐서 능력자를 놓치고, 너무 잘해줘도 상하관계가 무너진다. 그래서 적당한 거리, 적당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모든 인간관계가 다 그러할진대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잘 알려진 쇼펜하우어 우화에 등장하는 ‘고슴도치 딜레마’가 있다. 고슴도치들은 추워지면 가까이 다가가다 서로의 가시에 찔려 멀리 떨어진다. 또 추위를 느끼고 서로 가까이 다가가지만 또 다시 가시에 찔려 멀어진다. 그렇게 고슴도치는 추위와 아픔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적절한 거리를 터득하게 된다.


내가 잘한다고 해서 남도 나에게 잘하라는 법은 없지만 사람이기에 서운한 건 사실이다. 그러다 보면 사소한 걸로 상처받고 서로 원치 않는 관계로 흘러가게 된다. 진심을 갖고 대하면 다 통할 것 같아도 오해가 안생기면 다행인 게 요즘의 인간관계다.

그 어떤 것보다도 강한 건 사람간의 정이라 생각한다. 상대가 나를 속이지 않으리라는 믿음과, 서로 해를 끼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어야 그 관계가 오래 유지되는 거다. 누구를 대하든 바람부는 벌판에서도 내 온기를 나눠줄 수 있는 따스함을 갖고 대한다면 불가근불가원 내에서도 훈훈함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정윤희(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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