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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100퍼센트 효능?

2019-02-20 (수) 12:00:00 김명수(버클리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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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바닥을 쓸다 머리카락이 조그만 빗자루에 덩어리로 묻어 끌려오는 것을 봤다. 이게 다 내 머리카락인가? 남편 머리카락보다 긴 걸 보면 내 것임에 틀림없다. 마음에 내키지 않는 하얀 머리카락이라도 생기지 않았다면 이미 대머리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탈모를 방지하는 모발촉진약이 효과가 좋다고 하면 인기를 얻는 것 같다.

그 많은 모발성장촉진약 중 미 FDA에서 승인한 약은 단 한가지, 로게인(Rogaine)뿐이다. 1988년,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처음 로게인약이 업존(Upjohn) 제약회사에서 시판이 됐다. 약의 주성분은 미녹시딜(Minoxidil)인데 고혈압약으로 쓰이고 있었다. 혈압약으로 처방을 냈더니 가슴과 머리 등에 털이 생겼다. 의학잡지를 통해 부작용을 읽은 젊은 의사들은 정상 혈압임에도 혈압약을 용매에 섞어 본인의 적은 머리숱 부분에 적용했다.

그 당시 제약회사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주로 이런 초청에는 고급스런 호텔에서의 식사가 포함됐고 약 이름이 새겨진 특이한 모양의 볼펜이나 벽시계 등을 선물로 준다. 이날 약에 대한 설명이 시작됐다. “이 약을 바른 후 30%는 머리숱이 더 많아집니다. 다른 30%는 머리숱이 더 적어질 수 있습니다. 또 다른 30%는 약 바르기 전이나 약 바른 후나 별 차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날 설명을 듣는 순간 나는 놀랐다. 실망해서 놀란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약을 개발하며 수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을 텐데, 그리고 이제 막 FDA 승인을 받아 시판을 시작할 때인데 약 효능이 100%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알려주는 것에 놀란 것이었다. 사실대로 이야기해서인지 더 신뢰가 갔다. 물론 30년이 지난 지금, 로게인은 그때보다 제조방식이 좋아져 효능율도 30%보다 훨씬 높아져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더 튼튼해진다고도 한다. 탈모 고민이 많은 사람은 한번 사용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3개월 후 효과가 없으면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각자 체질이 달라 효능도 다를 수 있다.

약 효능도 그럴질대 우리는 100퍼센트 완전한 인품이 되어보려고 노력한다. 때때로 완전하지 못한 나를 보고 낙심하고 쓰러진다. 비록 내 눈에 비춘 내 모습이 기대하는 것의 30% 정도밖에 되지 않아 형편없이 보이더라도 전보다는 조금씩 향상됨을 보며 기쁘게 살아야겠다.

<김명수(버클리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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