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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8 (월) 메이 최 UC버클리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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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최 UC버클리 대학생

학생이면서 활발히 사회활동을 하는 20대 중반인 나의 특이점을 꼽자면 현재 페이스북 계정이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미디어 스터디(Media Studies)를 전공하고 있기에 나의 부재한 SNS(Social Networking Site) 생활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기이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부터 SNS를 멀리하지는 않았다. 고등학생 때는 나날이 페이스북을 했었고 20대 초반까지도 사진을 올리며 일상생활을 기록하는 인스타그램(Instagram)도 즐겨했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속에 숨어있는 가식을 깨달은 후부터 모든 SNS를 멀리하게 됐다.

소셜미디어에 포스팅 된 글이나 사진들은 대부분 행복하고, 아름답고, 긍정적이다. 가족, 친구, 지인들 외에도 만인에게 공개되는 자신의 삶을 누가 아름답게 포장하고 싶지 않을까? 나도 인스타그램을 한참 할 당시에는 남들이 볼 때 ‘좋아 보여’라는 생각이 들법한 사진과 글을 올렸다. 아기를 출산하고 한참 산후우울증으로 고생할 때도 아기와 함께 웃고 있는 사진만 계정에 올렸고 사진 밑에는 낙관적인 문구들을 적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날씬하게 보이는 사진을 어렵게 골라 업로드 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인스타그램 활동을 활발히 할수록 나 역시도 다른 사람들의 가장 완벽한 모습들만 매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는 내 현실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어느 순간부터 난 인스타그램에서 보이는 타인들의 ‘완벽한‘ 삶과 ‘현실 속 나의 삶’을 비교하고 있었다. 그럴수록 나는 더 작아지고 위선적인 사람이 되어갔다. 정말 즐거운 순간이 아닌 사진 상으로 드러나는 드라마틱한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의 삶은 가상의 삶과 경쟁상대가 되지 않았기에 나의 자존감은 더욱더 낮아졌다.

미디어 스터디를 공부하면서 소셜미디어가 사람들의 진실된 모습이 아닌 이상적인 모습만을 대중에게 비출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피오르와 도나스(Fiore, A. T., & Donath, J. Online Personals: An Overview, 2004)가 온라인 데이팅 웹사이트에 대해 연구한 것에 따르면, 잘못된 정보를 제한하는 사회관계망이 결핍된 온라인 데이팅 웹사이트의 특징으로 인해 사용자들이 자기의 정체성을 거짓 또는 과대포장 하는 일이 걷잡을 수 없이 많이 일어난다고 했다. 또한 우리는 타인들이 어느 정도까지 사실을 과장한지 판단한 후, 그만큼의 과장을 우리 자신들도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자들에 의하면, 이렇게 서로를 속이고 속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현재 온라인 데이팅의 문화는 과장을 당연시하게 여길 뿐 아니라 이러한 과장은 다른 사용자들에게 좋은 인연을 뺏기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한 필수적 요소라고 설명했다. 어쩌면 이러한 사용자들의 가식적인 태도가 온라인 데이팅 뿐만 아니라 모든 SNS의 문화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지우지 못한 나의 인스타그램 계정 속 몇 십장의 사진들은 내 삶의 진짜 모습이 아닌 남들과 나의 행복을 경쟁하는 상징들이다. 나만이 아니라 내 팔로워들, 그리고 모든 인스타그램 사용자들도 나처럼 숨기고 싶은 것들도 있을 것이다. 각자의 힘듦과 아픔이 있지만 인스타그램 속의 사진들은 그들의 삶 중에 가장 멋진 부분들만 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소셜미디어의 발전은 우리에게 주는 장점들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다. 만약 누군가가 SNS로 인해 상처를 받거나 피해를 본다면 SNS와 약간의 휴식기간을 갖자. 그리고 온라인상의 삶이 아닌 현실속의 삶을 사는 나와 주변 사람들을 한번 살펴보자. 그러면 소셜미디어에 표현되는 이상적 자기(ideal self)는 어디까지나 이상일 뿐이지 결코 실제 자기(actual self)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메이 최 UC버클리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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