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 사야 하나요

2019-02-15 (금) 조환동 부국장·경제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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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상황도 불안하고 집값도 떨어진다는데 지금 집을 사야하나요, 아니면 더 기다려야 하나요?”

요즘 많은 한인들이 모이면 주고받는 이야기 중 집 이야기가 많이 오르내린다고 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한인들의 내집 마련에 대한 애착은 그 어느 민족 못지않게 강하다.


사실 미국인 토박이나 이민자 모두에게 내집 마련은 여전히 ‘아메리칸 드림’의 성취를 상징한다. 최근 부동산 전문 매체 질로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94%의 미국인이 주택마련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미국인에게 주택은 여전히 ‘재산목록 1호’다. 미국인들은 재정적으로 여건이 되면 제일 먼저 거주할 집을 사고 여유가 있으면 휴가/투자용 제2 주택을 사거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한다. 또한 절대 다수 미국인에게 주택 소유는 ‘부 축적’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주위에 20년 전에 집을 산 한 한인 지인과 아직도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는 또 다른 한인 지인의 상황을 비교해 보자.

우선 장기 주택 소유자의 경우 세입자보다 오히려 월 페이먼트가 낮은 경우가 많다. 렌트가 지속적으로 치솟으면서 아파트 세입자 지인은 방 2개에 월 2,300달러 렌트를 내고 있는데 장기 주택 소유주 지인의 경우 모기지 페이먼트가 1,200달러에 불과하다. 20년 동안 꾸준히 모기지를 갚으면서 원금이 낮아졌고 모기지 이자율이 낮을 때 재융자를 했기 때문이다.

장기 주택소유주 지인은 집 원금을 많이 갚으면서 주택 시세에서 모기지를 뺀 에퀴티가 50만달러를 넘는다. 세금 보고를 할 때에도 모기지 페이먼트와 함께 집 수리비 등을 소득에서 제하기 때문에 상당한 세금혜택을 받는다.

집 소유를 일종의 ‘강제 저축‘으로 생각할 수 있다. 모기지 페이먼트를 하는 만큼 결국은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것이다.

장기 세입자 지인은 지난 20년간 집을 사야할지 기다려야 할지 저울질만 하다가 아직도 사지 못하고 있다. 집값이 오를 때는 주택 가격이 내릴 때를 기다리다가 시기를 놓쳤고 주택 가격이 내려갈 때는 더 내리지 않을까 저점을 기다리면서 집을 사지 못했다.


한 한인 부동산 에이전트는 “내가 필요하고 능력이 될 때가 집을 사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많은 한인들은 최근 남가주 주택가격이 둔화하기 때문에 더 기다리면 더 좋은 가격에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예전에는 대략 10년 주기로 남가주 주택 가격이 조정기를 거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은 주택가격 성장세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예전과 같은 급격한 가격 등락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수요와 공급 사이클에 기인하는데 남가주에서 인구에 비해 여전히 주택이 많이 부족하고 주택 매물도 부족하기 때문에 예전 같은 10~20%의 주택 급락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확률이 높다고 진단한다.

또 하나 집을 사야할 가장 큰 이유로는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한인사회에서 은퇴 후 노년 시대에 접어들기 전 주택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전체적인 수입이 줄어들고 한정된 소득으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매년 오르는 렌트를 내야하는 것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글을 읽은 일부 독자들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내집 마련 타령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물론 주택구입을 하려면 최소 10%~20%의 다운페이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전제가 따른다. 반면 집을 살 의지가 있다면 정부나 기관에서 제공하는 많은 주택보조 프로그램이 있다.

결국 내집 마련도 어느 시점에서는 질러버리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늦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가장 적기다. 특히 집도 가능하면 일찍 구입할수록 좋다. 지금 수입이 좋다고 매달 3,000달러의 렌트를 아무런 생각 없이 내고 있는 젊은층과 전문직이라면 집을 구입하는 것을 늦추면 늦출수록 손해다. 올해 많은 한인들이 내집 마련의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

<조환동 부국장·경제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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