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뻐꾸기 시계

2019-02-13 (수) 이한나/시인.뉴욕시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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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문예

새집 이사 기념 뻐꾸기시계 선물
덕담하며 건네주던 해맑은 웃음
십여 년 기억 너머 웃고 있는데
아슴아슴 찰랑이는데

칠순 넘긴 기해년 정월
조용히 떠나간 님,
교회 위해 손발로 뛰던 충성
높고 높은 가파른 고갯길
피눈물 얼룩진 40여년 이민의 삶
그 세월 보이는 듯 보이는 듯,
흐느끼는 삼남매 어깨마다 오롯이
진한 그리움 토해낸다

즐겨 입던 빨간색 투피스 수의
가지런히 포개놓은 고운 두 손
눈 감은 하얀 얼굴 위로
생전 웃음 잔잔히 흐른다
- 수고했어요, 안녕히 가세요 -
마지막 작별인사 건네는 귓가에
뻐꾹, 뻐꾹 뻐꾸기시계 소리 은은하다


시들지 않는 꽃동산
저린 아픔 없는 아늑한 비단 길 너머
거기서 다시 만나자고,
손잡고 함께 거닐자는 약속처럼.........
뻐꾹, 뻐꾹, 뻐꾹, 뻐꾸기 노래 소리

시작노트; 30여년 교회생활 함께한 이덕희권사님을 추모하며

<이한나/시인.뉴욕시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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