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

2019-02-13 (수) 소병임/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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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돼지띠의 해다.

그 중에서도 황금 돼지 띠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돼지 그림이나 아이들의 저금통의 모양새는 눈 꼬리가 살짝 찢어진 웃음이 담긴 돼지다. 그런 모습에 어느 누가 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웃으면 복오고 특히 돈 복을 갖다 줄 것 같은 웃음기에 사람들은 배가 불룩 나온 저금통이나 그림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새해 아침에 어른들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며 세배드리면 올해는 돼지해라는 말씀과 세배돈을 주시고 덕담을 해주는 것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미풍 양속이다.


오늘 아침도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느낌이다. 하늘도, 구름도, 얼굴을 스치는 바람도 구름사이를 비집고 솟아오르는 붉은해는 더욱 맑고 풍요로움을 줄 것 같은 빛이다. 창문을 활짝 열고 나무들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킨다. 가슴을 파고드는 맑은 해를 향해 마음속 깊은 곳에 품어둔 많고 많은 열망도 함빡 쏟아내본다.

어제와 오늘이 다를 것이 없지만 그래도 다르다는 생각을 들게하는 것은 새로 걸어놓은 열 두장짜리 새해 달력 탓인가, 지난해 달력을 떼어낸 자리엔 세수한 어린 아가의 말간 얼굴 같은 새해 달력이 걸려있다.

음력 정월 초하루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식에 대한 흐뭇함이 가슴 뿌듯하게 만드는 새해 아침 우리 부모들의 모습이 떠 오른다. 건강하고 소원 성취하라는 덕담이 오고 간 그 세월은 언제부터인가 사라져가고 변화하는 세상살이에 더불어 우리네 조상들이 들려주던 덕담도 그 의미도 설득력도 점점 현대화 물결에 희석 되어간다.

어떤 이가 말했듯이 ‘오늘의 우리들은 옛 조상을 잃어가고, 마음도 잃고 생활도 잃어가고, 샘물 같은 기쁨도 없다'라는 말이 동감이 아닐 수 없다.

올해는 황금 돼지띠의 해이니 정이가는 이들이나 특별한 이들에게 희망의 나래를 활짝 펴라는 덕담을 주고 싶다.

<소병임/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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