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스모스

2019-02-13 (수) 김경희/전 소아과전문의.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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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일어나라
엄마의 입김이 귀를 간지럽힌다
할머니네 간다
와아!
짐을 챙기고?
코스모스에 작별인사
흰색 분홍색 보라색 꽃들에
잘 있어

왜 다시 못 본다고 생각했을까

38선이 터지고 전쟁이야
엄마와 아빠가 소근거린다
기차에서 여섯살짜리는
38선의 큰 구멍으로 예쁜 그림책
맛있는 과자가 쏟아져 나오는 꿈을 꾼다
대나무 사이를 뛰고 누렇게 익어가는
볏잎 사이에서 메뚜기 잡고
산나물 캐는 재미


어느 날
팔에 붉은 띠를 맨 남자들이 와서
아빠와 뒷방에서 두런거리다 갔다
엄마와 아빠가 큰소리로 얘기한다
엄마가 우셨다

다음날 아빠는 할머니네 사립문을 나섰다
마지막 본 서른여섯의 아빠
69년 그리움은 그대로
아직 아빠를 기다린다
아직도 코스모스 씨를 뒷뜰에 뿌리지 못한 채

<김경희/전 소아과전문의.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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