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노인자살 1위라는 불명예

2019-02-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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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노인자살률이 타민족에 비해 현격히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희생을 마다않는 끈끈한 가족애, 연장자를 공경하는 경로사상을 아름다운 전통으로 내세웠던 한인사회로서는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노인자살률 1위라는 통계는 커뮤니티 차원에서 심각하게 대처해야할 문제이다.

스탠포드대와 UC 버클리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공동논문에 의하면 미국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한인남성 자살률은 10만명당 32.9명에 달한다. 같은 연령대 백인남성 자살률은 10만명당 29명이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살률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연령, 백인남성, 이혼이 꼽힌다. 나이가 많을수록, 백인남성일수록 그리고 이혼 상태일수록 자살위험이 높다는 말이다. 한인노년층 남성의 자살률이 백인남성의 경우보다 높다는 것은 자살률 1위라는 말과 같다.

실제로 미 전국 65세 이상 노년층의 자살률을 보면 한인남성의 경우 전체 평균(10만명당 13.9명)보다 훨씬 높은 것은 물론 중국계(18.3명) 등 다른 아시안 커뮤니티보다 높다. 65세 이상 한인여성의 경우는 10만명당 15.4명으로 남성에 비해서는 낮지만 다른 아시안 여성들에 비하면 높다. 이번 논문은 2003년 ~2012년 미 전국 36개주 1,810여만 명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조사결과인 만큼 통계가 주는 무게감이 가볍지 않다.


노년의 3가지 고통으로 빈곤, 질병, 고독이 꼽힌다. 한인노인들의 경우는 언어장벽, 낯선 사회체제, 이질적 문화 등의 외부 조건이 더해져 고충이 더욱 심하다. 어려움이 있어도 도움의 창구를 두드리기가 쉽지 않다. 3고(苦)에 사회적 복지시스템에서마저 고립되면 우울증이 심각해지면서 자살충동에 이를 수가 있다.

자살을 예방하는 길은 첫째도 관심, 둘째도 관심이다. 가족의 관심과 커뮤니티의 관심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민1세 노년층은 성인자녀들의 이민정착을 돕기 위해 미국에 온 경우가 많다. 이제는 자녀들이 노부모의 여생을 챙겨야할 의무가 있다. 자주 안부전화를 하고 방문해서 노부모가 외롭지 않게 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한인 봉사단체들은 노년층 대상 정신건강 상담, 자살예방 핫라인 운영 등 노인들을 배려하는 프로그램 운영에 보다 적극적이기를 바란다. 노인자살 1위는 커뮤니티의 아픔이자 함께 넘어서야 할 불명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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