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특별한 크리스마스
2019-02-06 (수) 12:00:00
신은주(첼리스트)
나는 몇 년 전부터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 청소년 관현악단 30여명과 장애우 공동체를 방문해서 함께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여는 것이다. 공주 산골마을에 자리잡은 ‘소망의 집’은 울림이 좋은 강당도 갖고 있다. 그곳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장애우 50여명, 간사, 청소년 어버이들과 함께하는 음악회이다.
청소년 관현악단은 실버벨, 징글벨 등을 포함한 캐롤곡과 세미 클래식을 한두 곡 연주하고 어버이들은 아이들 반주에 맞추어 ‘화이트 크리스마스’나 ‘첫번째 노엘’과 같은 성탄 노래를 부른다. 장애우들이 한 세션을 맡아 합창, 워쉽 댄스, 혹은 스킷을 한다. 해마다 실버벨을 하지만 매번 다른 실버벨이 만들어진다. 바이올린 실력이 좋은 아이들이 많이 참여했을 때 실버벨의 감미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장 인상에 남는 일은 무대에서 댄스가 시작되는 것이다. 흥을 참을 수 없는 장애우들이 하나 둘 무대 쪽으로 나와 선율에 맞춰 나름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처음엔 지휘봉을 젓는 내 팔을 갑자기 잡아끌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요즈음엔 춤추는 그들과 눈짓을 주고받으며 봉 끝으로 음악과 춤 장단의 사인을 동시에 보낸다.
비엔나의 신년음악회 무대에서인가? 오케스트라 공연 중간에 발레리나가 깜짝 등장해서 왈츠 곡에 맞춰 춤을 추며 지휘자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렇게 우아한 무용수는 아니더라도 흥에 겨워 내 팔을 툭툭 건드리며 무대에 끼어든 장애우들은 독특한 감동을 준다. 청소년들도 자신들이 만들어 낸 음악에 이토록 호응이 좋은 관객을 만난 적이 없다. 장애우들의 때묻지 않은 음악 사랑과 온몸의 반응은 우리 모두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 준다.
재작년에는 오케스트라 멤버이기도 한 아들과 조카가 바이올린, 색소폰 듀엣을 하게 되어 친정 부모님이 함께 내려오셨다. 장애우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음악회에 3대가 참여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모두들 크게 환대해 주었다.
우리는 돌아가면서 장애우들이 직접 만든 여러 가지 꽃차와 고구마차를 선물로 받았다. 우리의 소박한 음악에 이렇게 정성스런 답례를 준비하다니.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에서 벅찬 가슴을 다스리며 생각했다. ‘이보다 더 멋진 크리스마스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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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