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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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창] 자식이 뭐 길래

2019-02-0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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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희(주부)

아버지는 북에 부모 형제를 두고 온 실향민이었다. 그러니 어린 나이에 부모 없이 혼자 헤쳐나가야 되는 세월이 오죽했겠나 싶다. 그 세월을 모질게 견딘 아버지는 참 강인했고 가족애가 남달랐다. 긴 방학이 끝나갈 무렵엔 무서운 아버지의 눈을 피해 밀린 일기를 쓰느라 친구 집을 전전하기도 했다.

가정에 최선을 다한 아버지도 가끔씩 술이 한잔 들어가면 ‘너희들 때문에 산다’는 소릴 했다. 나도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꾸리며 살다 보니 이젠 그 말씀이 이해가 간다. 부모가 삐긋 잘못 생각하면 자식의 앞길을 망칠 수 있고, 쉽게 깨질 수 있기에 가정을 지키고자 많은 것을 절제하며 노력하신다는 뜻일 게다.

내가 대학 들어갈 무렵 엄마가 사업을 하다 큰 빚을 지게 됐다. 자식들 숙제까지 신경 써주셨던 아버지였음에도 내 입학을 반대하셨다. 두 살 터울의 언니가 공부는 때가 있는 것이니 나를 입학시키자며 아버지를 설득하는데 갑자기 언니의 따귀를 때리며 “빚진 죄인이 빚을 못 갚으면 마음의 빚이라도 갚아야 된다. 공부시키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냐마는 난 내 양심상 빚이 있기에 허락할 수 없다”고 하셨다. 결국 허락을 받지 못하고 아버지 몰래 한 학기를 눈물을 머금으며 다녔다. 아버지 뜻을 어기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난 지금도 아버지가 옳았다고 생각한다.


숙명여고 교무부장 직위를 이용해 그 학교에 재학중인 쌍둥이 딸들에게 문제를 유출한 아버지가 한달 내내 한국 뉴스에 오르내린다. 딸들이 치뤄야 될 시험문제와 정답을 뻔히 보면서 유혹을 물리치지 못했을 것이다. 59등, 121등 하는 아이들이 느닷없이 나란히 문과, 이과 전교 1등을 했다면 누가 의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더구나 오류 문제로 정정된 그 이전 정답까지도 똑같이 제출됐다고 한다. 부모로서 자식의 좋은 성적을 바라는 간절함이야 누가 뭐라 하겠나. 적어도 교육자로서 양심과 직업윤리만 지켰어야 한다. 다른 학생들에게 돌아갈 이득을 가로채는 부정만은 저지르지 말았어야 한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라면, 자식을 위해서라도 원칙과 가치관, 주관이 뚜렷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강한 존재는 부모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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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씨는 오랫동안 한국에서 요식사업을 했다. 여성의창을 통해 삶의 경험을 나누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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